7월21일(금) 취임한 이배용 총장은 인간화교육 강화·글로벌 이화·이화학술원 설립 등 ‘이니셔티브 이화’란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 실현 방안인 ‘이화 글로벌 2010 프로젝트’는 본교생의 글로벌화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는 필수교양영어만 수강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전공 및 선택 과목에서도 영어 강의를 들을 의무가 있다. 또한 학교는 재학 중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서 1∼2학기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학생은 세계화 열풍에 중심에 서 있다. 올 5월 잡코리아와 대학생 지식포털 캠퍼스 몬이 실시한 ‘대학생 해외유학 현황과 인식’에 의하면, 대학생의 21.8%가 해외유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각 개인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기업·학교·정부 등 기관 역시 세계화 및 국제화를 새로운 비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각 대학은 국제화 지수를 높이기 위해 학교 안팎에서 고심 중이다. 고려대는 ‘민족’고대에서 ‘글로벌’고대로 나아가기 위해 ‘글로벌 KU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또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고려대·연세대 등은 노벨상을 받은 세계 석학들의 강연회를 개최했다. 우리 학교 역시 18일(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그립스(Robert H. Grubbs), 20일(금)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의 강연회을 열었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내세운 세계화 전략은 보여주기식 성격이 강하다. 현재 각 대학이 제시하고 있는 세계화 전략은 전체 강의 중 ‘몇 개’의 영어 강의가 개설됐는지, ‘몇 개’의 해외대학과 교류하는지, ‘몇 명’의 세계적 석학의 특강이 있는지 등 ‘몇’이란 숫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화 지수를 나타내는 데 숫자만큼 매력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자료는 없다. 하지만 수치가 대학 글로벌의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세계무대에서 펼칠 마인드와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 과연 수치에만 의존한 세계화 전략이 ‘창조적 인재’를 키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리 학교가 제시한 ‘이화 글로벌 2010 프로젝트’나 고대의 ‘글로벌 KU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 하는 데 있어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 전략을 위한 양적 토대 위에, ‘깊고 심층적’인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질적 전략 역시 필요하다. 진정한 대학의 글로벌 전략 목표는 세계무대에서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세계적 IT 인재 요람이라 불리는 인도 IIT 마드라스대 아난트 총장은 “세계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은 직관력과 통찰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 역시 ‘몇’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지에만 관심을 갖기보다 ‘어떠한’ 창조적 생각과 통찰력을 길러줄 지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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