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 오늘 남친과 헤어졌소. 위로해주시오. 흑흑”에 달린 답글 10여개. ‘힘내시오. 세상의 반은 남자라오. 더 좋은 사람 만날 것이오’,‘내가 소개팅 주선하겠소. 번호 쎄우시오’

‘하오’체 유행의 근원지, ‘화연 죽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곳, 이화이언. 오늘도 이화이언은 이화인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하다.

가입자 수 5만 명, 일일 접속자 수 7천여 명,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운영진, 비밀스런 ‘그녀들’ 조가람(마케팅), 조경지(컨텐츠), 김정민(기술디자인)팀장을 만났다.

“저희도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어요.”조가람 팀장의 표정에 감격이 스친다. 확실히 이화이언은 성공했다. 익명 게시판 ‘비밀의 화원’에는 하루 천 여개의 글이 올라온다. 유일한 시험문제 ‘족보’커뮤니티도 이화이언에 있다. 하숙집, 과외를 구할 때 첫 번째 찾는 곳도 이곳이다. 2002년 처음 시작한 교복파티는 이화여대만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학기 ‘암표’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 이화이언은 마케팅 팀 3명, 컨텐츠 팀 4명, 기술디자인팀 3명과 수습팀원을 포함 16명의 학생들로 운영된다.

일주일에 1번 3시간 마라톤 회의에 팀별 온라인 오프라인 회의에 모니터는 기본. 컨텐츠 팀 4명은 이화뉴스,·화연아 여행가자·진로탐색 등 10여개 란에 들어갈 글을 직접 취재해 글까지 써내는 강행군을 펼친다.
교복, 튜스데이 파티 등 행사가 있는 달이면 운영진은 2배 더 바빠진다.
특히 행사 후원사 연결을 맡고 있는 마케팅팀은 비상체제다. “스폰(후원사)을 못 따면 그 해 교복파티는 열 수가 없거든요.”조가람 마케팅 팀장의 말이다. 파티의 생사를 쥐고 있는 탓에 마케팅팀원들의 귀에는 핸드폰이 떨어질 날이 없다. 그는 “기업들은 오후5∼6시면 업무가 끝나고 그 안에 우리는 10∼20군데는 전화를 해야 하니까요”라며 수업시간만 빼고 공강시간, 밥 먹는 시간 안가리고 하루 종일 전화하는게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시험을 보다가도 기업에서 전화가 오면 중간에 나와 통화하는 팀원도 있을 정도다.

그래도 요즘은 기업쪽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오는 경우도 제법 많다며 자랑했다. 그는 “졸업한 선배들이 기업에 이화이언을 많이 추천해 들어온 광고도 꽤 된다”며 초창기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라고 말했다.

2001년, 익명이던 학교 자유게시판이 실명과 학번을 공개하는 체제로 바뀌면서 이화인의 자유로운 소통구를 찾던 3명의 이화인에 의해 이화이언은 탄생했다. 창간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탓에 배너 하나 따기 위해 서울 지역 안 가본 회사가 없다는 1기 운영진. 조가람 팀장은 “서버 관리비만 한달에 백 여만원이 드는데 처음에는 인기가 없어 선배들이 사비도 많이 털어넣었다”고 전했다. 급기야 2004년 4월에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2달간 폐쇄까지 됐다. 참담했다.

그때 레드망고가 구세주로 나타났다. 이화이언 덕에 홍보가 많이 됐다며 레드망고사는 조건 없이 3백 만원원을 기부했다. 이어 그 해 교복파티가 ‘대박’이 나면서 이화이언이 회생했다. 조경지 팀장은 “표가 없어 못 팔 정도였어요. 당일날도 인원이 너무 많이 돌려보낸 사람이 꽤 많았구요.”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난다.

2004년을 기점으로 이화이언의 인기는 상승세를 탔다.
그 인기가 샘나서 일까. 이화이언의 길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2004년, 이화이언을 통해 채플 대리출석거래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총학생회의 양심적 병역 거부 발언에 반발한 누리꾼들이 이화이언에 보복성 악플을 달고 서버를 다운시키는 일도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훌리건 난동이 너무 심해 인증제까지 변경했다.

파티에 대해 말도 많았다. 선정적으로 기사화된 교복파티, 항의도 소용 없었다. 지난학기에는 튜스데이 파티가 ‘호텔’과 ‘커플’에 촛점을 맞추면서 거센 비난도 받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았죠. 솔직히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그녀들,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큰 사건들에 많이 데인 탓에 작은 응원글 하나도 그들에겐 힘이 됐다. 이화이언 덕분에 이화에 정을 붙일 수 이었다는 신입생의 메일, 교복파티가 아카라카(연고전 행사)보다 더 재밌었다는 후기글들을 언제나 그녀들을 행복하게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한동안 말이 없던 김정민 팀장이 입을 뗏다. “솔직히 이화이언 디자인 확 다 뜯어 고쳤으면 좋겠어요. 근데 돈이 없어서…”일순간에 웃음이 터진다.

11월 2일에 있을 교복 파티 준비에 내내 회의의 연속이라 푸념하는 그녀들, 그래도 최고의 교복파티를 만들테니 기대하라는 그녀들의 표정은 행복감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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