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드는 힘은 문예 공부에서 나온다는 것이 영화 ‘경의선’을 만든 박흥식 감독의 생각이다.
이준서 교수(독어독문 전공)가 ‘문학과 영화’수업시간에 마련한 ‘감독과의 대화’가 17일(금) 이화­포스코관 B151호에서 열렸다.
올겨울 개봉을 앞둔 ‘경의선’은 박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영화는 쉬워야 한다’는 평소 그의 주관대로 뚜렷한 스토리 전개가 눈에 띈다.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영화지만 결코 어렵지도 않다.
영화는 성실한 지하철 기관사 만수와 대학에서 독문과 시간 강사를 하고 있는 한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만수에게는 매일같이 도넛과 잡지를 가져다주는 이름 모를 한 여인이 있다. 만수는 점점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는 만수가 운전하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한나가 사랑하는 사람은 유부남이다. 위태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 한나는 함께 여행을 약속한 자신의 생일 날, 남자의 부인에게 머리채를 내어 준다.
각자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주인공은 경의선에서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상처는 더 큰 상처를 만나 고통을 줄여나간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에 기대어 자신의 외로움을 치유한다.
영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학생이 여자는 왜 얼굴을 가리고 지하철로 뛰어들었느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쳐 고통을 받는 기관사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만수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요”라고 답했다.
“한나에게 감독 자신을 투영한 것인가요?”라며 한나와 감독의 관계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박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한 ‘한나’ 역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일일이 대사의 의미를 설명하며 연기지도까지 직접 했다고 한다. 한나가 독문과 시간 강사라는 것도 감독과 닮아있다. 실제로 감독은 독문과 출신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문학 공부를 강조했다. “저는 늦은 나이에 감독이 됐어요. 그렇지만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자신이 있는 이유는 이야기를 써낼 확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또 “대학 내내 영화에 대한 기술만 배운다면 졸업을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영화 감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문예공부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 그것은 박 감독에게 있어 적어도 10년은 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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