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찾아온 여성시대, 우리나라의 성 평등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22일(수)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6 전 세계 성 격차 보고서’ 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Gender gap)는 115개국 가운데 92위이다.
이 조사는 경제 참여와 기회·교육 달성도·정치적 권한·건강과 생존 등 총 4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가장 평등한 국가는 스웨덴이며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이는 정치적 권한과 경제 참여 기회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중등교육·기대 수명 부분에서는 남녀평등 1위를 했으나 임금 평등 분야 등에서 105위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고용 부문 역시 순위가 낮았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비율이 68위, 의원·고위관료·경영자 진출이 98위가 이를 반증한다. 결과적으로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남녀평등 지수에서 아프리카 튀니지와 함께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남녀평등지수는 과거에 비해 점차 개선되어 가기 때문이다. 국제의원연맹(IPU, 2005년 9월말)에 의하면 현재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3.1%로 집계됐다. 이는 상위 10개국의 평균 30%에는 못 미치는 수치지만 한국은 그동안 10%선을 밑돌며 100위권 수준이었다. 17대 여성국회의원비율은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도입 등으로 세계 평균 15.5%에 근접했다. 교육수준 역시 더 이상 남녀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1947년에 여성의 대졸 이상 학력은 0.1%에 불과했으나, 올해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80.8%(통계청)로 집계됐다.
해마다 증가하는 여성들의 경제참여 비율도 눈여겨 볼만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65년에는 37.2%에서 올해는 50.9%를 기록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전문직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의 수도 늘고 있다. 전문 행정직과 관리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183만 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5만 7000명이나 늘어났다.
각종 고시에서 부는 여풍도 매섭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 고시의 여성 합격자는 44%, 외무고시 52.6%, 사법시험 32.3%로 이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지난 해 발표한 ‘여성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사업체 비율이 37.7%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며, 미약하기는 하지만 고위직책에도 상당수의 여성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가의 성 평등 정도를 가늠할 때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여성리더를 비롯한 여성의 사회 참여가 그 나라의 성 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가시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한국 정부 최초로 탄생한 여성 총리로 여권의 신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한명숙 총리는 프랑스의 여성 잡지 ‘마리 끌레르(Marie Claire)’미국 판 12월호에서 선정한 세계 여성리더 7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고위직 여성 참여비율만 높인다고 양성평등이 완벽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는 아직 풀어야 할 성불평등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동일 업종에서의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크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여성의 문제도 있다. 더불어 자녀의 출산·보육의 문제 등 아직 남녀평등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뿌리 깊은 남녀 불평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성 평등이 잘 이뤄진 것으로 평가받은 유럽 국가들도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영국 최초로 총리가 되면서 여성시대를 열었다. 이는 우리보다 30년이나 앞서서 행동했기에 이뤄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성 평등을 향한 초석을 닦고 있다. 정부의 여러 정책을 통해 제도적인 장치들로 서서히 ‘양’적인 평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의 결과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매년 순위가 상승하고 있기에 미래는 좀 더 희망적이다. 이제 우리는 국제기구들의 쓰디쓴 평가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밑거름 삼아 ‘질’적인 양성 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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