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과학 통섭에 대한 대담…최재천 교수 "학문의 구분으로 진리 전체를 못볼 수도 있다"

과학에 빠진 시인과 인문학을 사랑하는 과학자가 만났다. 본교 인문학 연구원은 27일(금) 제1회 인문포럼 ‘시와 과학의 통섭은 가능한갗를 주제로 대담을 열었다. 대담자로는 시인이자 철학자인 연세대 박이문 특별초빙교수(철학 전공)와 생태학자 최재천 석좌교수(생명과학 전공)가 참여했다. 사회는 정재서 교수(중문학 전공)가 맡았다.

박이문 교수는 “상관 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은 사실 이리저리 얽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든 과학이든 인간을 표현하는 이상, 모든 현상은 근원적으로 같은 원리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과학과 시의 관계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가리키는 것이 과학이라면, 그 빈틈을 보충하는 것이 시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가령 과학이 꽃에 대해 원자적으로 접근해도 그 실체를 전부 안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을 포착하는 것이 바로 시적 표현이다. 결국 대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태도와 주관적으로 해석·인식하려는 상반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와 과학이 통섭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듣던 정재서 교수는 “박 교수의 말은 과학으로 포착할 수 없는 부분을 문학적으로 보충한다는 의미다. 이성과 논리에 우위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에 대한 입장이 과학보다 낮을 경우, 진정한 의미의 통섭이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박 교수는 과학을 높이고, 시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시와 과학은 같은 인간의 다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학적인 설명은 예측한 것이 사실과 일치하기 때문에 일상에 도움이 되는 반면, 시는 주술적이고 법칙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천 교수는 특히 과학과 인문학이 통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학문의 구분으로 인해 진리 전체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말로 통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신이 늘 해오던 학문에만 빠져있다 보니 진리의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어느날 연구실에 들어갔더니 진리가 창문 밖으로 나가 영문학 쪽으로 가고, 또 어느날은 사회학으로 가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최 교수는 “통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법”이라며 시와 과학의 통섭을 위한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 인문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정재서 교수는 “문학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주술적인 사유는 시와 음악 등 어딘가에 남아 공존하고 있다”며 이것들을 과학이 끌어안을 수 있다면 시와 과학의 통섭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학문은 인문학에서 시작해 인문학으로 들어갑니다” 최 교수는 자연과학도 결국은 언어로 설명돼야 하고, 인문학적 소양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분야라며 시와 과학의 상보적 관계를 밝혔다.

대담을 참관했던 안나(생명·2)씨는 “두 학문의 영향 관계만을 강조하는 무성의한 포럼이 아니라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세련된 논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통섭(Consilience)은 진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주창한 개념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과 이론들을 연결해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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