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의 새 물결이 본교 졸업생들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다. 한국음악과 출신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국 최초로 일렉트릭(Electric)을 가야금과 접목시키고 실내에서만 연주되던 가야금을 야외로 끌어냈다.‘전통’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버린 그들의‘새로운’이야기를 들어보자.

“국악이 따분하다고들 하잖아요. 저희는 그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여울’의 멤버 기숙희(한국음악과·01년졸)·이수은(한국음악과·02년졸)·안나래(한국음악과·03년졸)·박민정(한국음악과·03년졸)씨. 이들은 대중과 친숙한 국악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시대에 맞는 가야금 팀을 결성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황병기 교수(한국음악 전공)의 제안으로 2003년, 4명이 뭉쳤다.

이들은 막상 팀을 결성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팀 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팀의 리더인 기숙희씨는 “이름을 정하려고 1박으로 MT까지 갔는데도 결론이 안 났다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도 황교수님이 도움을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여울’이라는 팀 이름은 황교수가 ‘국악계의 물살을 바꾸라’는 의미로 지어준 것이다.

여울은‘일렉트렉 가야금’으로 국악계의 물살을 바꾸는 물꼬를 텄다. 전통가야금은 소리가 작고 단아하다. 여울의 2004년 데뷔공연과 두 번째 공연에서 사용한 25현 개량 가야금은 7음계로 12현 전통가야금이 5음계인 것에 비해 표현 음역이 넓다. “그렇지만 여전히 절대 음량이 작아 야외 공연에서는 소리가 묻혀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년간 음악사와 공동으로 연구한 끝에 18·25현 일렉트릭 가야금을 직접 제작했다. 안나래씨는 “소리를 가공하는 이펙터(Effector)와 증폭하는 엠프(Amplifier)로 음정의 길이·음색·음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요”라며 일렉트릭 가야금의 장점을 소개했다.

주목할 만한 첫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내일 28일(화)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연주회를, 다음 달 초 첫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앨범은 ‘행복한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11개의 연주곡이 수록돼있다. 안나래씨는 “평소 즐겁고 재밌던 이야기의 느낌을 이번 앨범에 담았어요”라고 귀띔했다.

오늘의 여울을 있게 한 힘은 바로‘연습, 또 연습’이다. 월·화·수·목·금. 요즘 멤버들은 날만 밝으면 연습에 돌입한다. “원래 가야금은 조금 비스듬히 앉아 연주하기 때문에 온종일 연습하고 나면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결려요.” “처음에는 손가락 끝의 핏줄이 터지고 살도 헤지는데요, 이젠 굳은살이 자리를 잡아 말랑말랑해졌어요.” 놀라는 기자를 보며 안나래씨는 “연주회 준비로 하루에 18∼20시간 연습한 적도 있는걸요 뭐”라며 웃음 짓는다.

연습도 그렇지만 악기 운반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악기 자체가 무거운데다 의상·받침대·엠프까지 들고 다니면 저절로 체력이 강해지는 느낌이에요.”기숙희씨는 힘든 연주 활동 중에도 한국음악과의 지원과 관심,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의 도움은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저희가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덕분이죠.”박민정씨는 후배들에게 끊임없는 노력을 당부했다.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 ‘여울’. 이들은 앞으로 또 어떤 시도로 국악계에 새 물결을 일으킬까.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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