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굽고치기, 개인통장정리까지 시켜...부당한 대우 당해도 구제책 따로 없어

교내 인턴십 장학생 중 일부는 실무가 아닌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행정기관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ㄱ씨는 이번 학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몇 번이나 다잡아야 했다. 우편물 수거·서류 정리 등의 업무 외에 직원의 개인 심부름까지 도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매일 직원이 사용한 컵·포크 등을 씻는 것은 물론, 직원의 구두 굽을 갈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에 관련된 어려움은 참을 수 있지만 개인 심부름까지 하다 보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ㄱ씨와 함께 부서로 들어갔던 4명의 학생 중 2명은 도중에 그만뒀다.

지난 학기 대학행정실에서 일한 ㄴ씨 역시 통장 정리·청소 등의 잡무만 하다가 인턴십을 마쳤다. 그는 “매학기 바뀌는 인턴십 학생에게 전문적인 일을 시킬 수 없는 현실을 알고 있지만, 개인 심부름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턴십 장학생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참고 넘겨야 하는 입장이다. 인턴십이 끝나고 지급되는 장학금과 인턴십수행평가 때문이다. 인턴십수행평가는 담당 기관의 부서장이 인턴십 학생의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 점수가 60점 이상이면 ‘이화 인턴십과정 이수증’이 수여되고 80점 이상이면 재추천을 받을 수 있다. ㄴ씨는 “직원과의 관계가 어색해져서 수행평가 점수를 낮게 받으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학생”이라고 호소했다.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경우 구제책이 따로 없는 것도 문제다. 학생처는 인턴십 학생이 배치되기 전 각 부서에 ‘직원의 개인 심부름은 시키지 마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낸다. 총학생회 역시 지난 3월부터 ‘인턴십 학생에게 업무 외의 일을 시키지 말라’고 학교에 요구해 왔다. 학생총회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지연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에 신고가 들어온 일도 몇 번 있었다”고 밝혔다. 이 총학생회장은 “구제수단이 없기 때문에 시정 요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신고함·신고 센터 등 학생들의 고충을 해소해 줄 전문 처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인턴십 장학생에 대한 학교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처 장학복지과 문정미씨는 "학생처에 신고하면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인턴십 장학금은 학생들의 교내 행정기관의 활동 경험을 취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학생 근로 장학금'을 보완해 마련한 제도다. 이번 학기 인턴십 학생은 8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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