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탑] 신문사, 교열기능 강화해야
[상록탑] 신문사, 교열기능 강화해야
  • 김혜경 기자
  • 승인 2006.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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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국어와작문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비문이 있는 신문기사를 찾아오라는 숙제를 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 당일 신문을 가져왔는데 모아보니 하루에 찾은 오류만도 수십개였다. 신문이나 방송이 표준어 사용의 귀감이라고 생각했던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560번째 한글날이다. 지난해 12월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과 더불어 5번째 법정 국경일이 된 이후 처음 맞는 돌이다. 일간지는 어김없이 한글날을 기념하는 칼럼을 실었을 것이다. 추석이 되면 귀성객으로 고속도로가 붐빈다는 기사를 매년 쓰듯 말이다. 그러나 같은 위상의 칼럼이 다시 실릴 동안 신문은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았는지 의문이다.

과거 신문들은 국어를 바로잡고 한글을 보급하는 데 힘썼다. 조선일보는 1931∼34년까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해설 연재를 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해 지속적으로 한글 강습회를 열었다. 1960∼70년대는 우리말을 찾자는 운동이 신문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졌다. 어려운 한자어를 우리말로 대체하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는 등 국어 순화에 대한 신문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러나 신문이 완벽한 표준 국어를 사용한다고 말하기엔 아직 허점이 많다. 표제는 능동사인 술어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 신문의 표제는 ‘이승엽, 3년 만에 오른 ‘40호 고지’처럼 술어를 갖지 않은 것이 많다. 이는 다른 나라의 Title이나 Label의 성격이 강한 표제다.

일본어 잔재도 눈에 띈다. ‘해방’은 가두었던 것을 풀어 놓는다는 의미로 일본이 만든 용어다. ‘광복’이라고 해야 옳지만 올해도 일간지들은 ‘해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밖에도 피동과 사동·긴 문장·복문의 잦은 사용·번역체 문장 등의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문법적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교열부를 두고 있다. 1975년에 만들어진 한국교열기자회는 교열 기자들의 모임으로 교과서에 쓰인 잘못된 우리말을 조사하는 등 언어 순화에 힘썼다. 그러나 IMF를 기점으로 신문사들은 취재기자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교열기자를 구조조정했다. 실제로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한 ‘한국신문,방송연감’에 따르면 전국단위 10개 종합일간지의 교열담당기자는 1997년 191명에서 2005년 53명으로 대폭 줄었다.
프랑스는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교열기자들의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프랑스 ‘르 몽드 신문’은 32면 발행에 교열기자를 38명 두고 있다.
교열기자를 막무가내로 늘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취재기자의 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축소는 없어야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오류의 70% 이상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교열기자를 줄여도 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한글 프로그램은 ‘해방’을 오류로 잡아내지 못한다. 표준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1998년 교열인원을 줄이면서 해당부서에 교열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전문적인 교열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교열부를 조직했다.

교열은 표준어 사용을 위한 2차 방어막이다. 취재기자가 바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보장할 수 있을 때 교열기자는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취재기자에 대한 교열 교육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애초에 취재기자 지원자에게 우리말 능력을 전문적으로 요구할 필요도 있다.

장기적으로 신문사들은 체계적인 자동교열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0페이지가 넘지만 교열기자는 2명 뿐이다. 자동교열이 일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1968년 교정기자회가 외래어 표기를 통일시킨 작업처럼 자동교열시스템의 확립은 신문사들이 함께 해나가야 하는 과제다.

BBC는 영국 표준어의 지표다. 우리 언론도 독자들에게 표준어에 대한 쓴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모범이 됐으면 한다. 활자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 힘을 빌어 신문은 표준어를 보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