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강의 중 약 3.43%에 불과…전공수업 위주로 개설해 선택 폭 좁아

외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할 수는 없을까. ‘영어 강의’가 질문의 열쇠다.(영어 I·II 등 필수 교양영어 강의와 국제사무학 강의 제외) 각 대학의 영어 강의가 강화되는 요즘, 본교 영어 강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영어 강의는 평균 74과목(4학기 기준)정도 개설되며, 매학기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영어 강의 개설은 과목 담당 교수가 희망할 경우에 한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매학기 강의 수에 큰 차이는 없다. 영어 강의는 주로 10명 안팎의 소규모인 경우가 많지만 60명까지 듣기도 한다. 대부분의 강의가 토론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 전 미리 텍스트를 읽어 오거나 조별로 한 조가 돼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영어 강의는 1977년 미국 캔사스 대학에서 본교에 교환학생을 파견한 이후 만들어진 단기 강의 프로그램 ‘Asian Studies at Ewha’로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교환학생으로 갈 본교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한국학 관련 영어 강의를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했다. 2001년 교무처는 한국학 관련 강의 외에도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각 전공 수업으로 영어 강의 범위를 넓혔다.

전공별 영어 강의가 진행된 지 6년째, 영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대다수 수강생들은 프레젠테이션 발표·토론 등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강의 형태를 이유로 꼽았다. 2005년 2학기 ‘General introduction to Korea’를 들은 김재은(행정·2)씨는 “강의를 들은 후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유지희(환경·06년졸)씨도 “학생들이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 대학의 수업 방식과 거의 같다”며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자극 받았다고 전했다. 오승민(환경·3)씨는 “토론 수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서 좋다. 발표 수업 후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소규모 수업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영어 실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도 영어 강의의 장점이다. 2004년 2학기 ‘환경학2’·2005년 1학기 ‘유체역학’을 들은 김효재(환경·4)씨는 전공 공부를 할 때 한국말로 쓰인 설명을 보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환경과 역학과 관련된 전공 영어를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교 영어 강의는 다른 학교에 비해 양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영어 강의는 총 개설강좌 중 약 3.43%로, 고려대(안암 캠퍼스)가 학기당 31.3%(평균 750과목)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연세대는 2006년 1학기 전체 강의의 7.6%인 186개 영어 강의를 개설했으며, 2010년까지 전체 개설 과목의 40%를 목표로 영어 강의를 늘릴 예정이다. 한동대 경우 총 165과목으로 각 학부 당 6개 이상의 영어 강좌 개설을 규정으로 두고 있다.

이처럼 강의 개설 수가 적다 보니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강의의 폭도 좁다. 이번 학기 영어 강의 수강을 신청한 ㅈ(행정·2)씨는 “학생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전공 외에도 교양수업 등 다양한 영역의 강의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들쑥날쑥한 수업 난이도를 문제삼는 학생도 있다. 이선민(국제·4)씨는 “타 학과 영어 강의를 들었을 때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들이 한 반에 섞여 있어, 중간고사는 어렵고 기말고사는 쉬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영어 강의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국제학부생 및 외국인 교환학생들이라 그 외 타전공생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국제법’을 수강한 ㅇ(법학·05년 졸)씨는 “국제학부 학생들이 많았는데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은 학생들은 학점을 따는데 불리했다”고 말했다.
 
본교는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앞으로 영어 강의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배용 총장은 8월10일(목) 기자 간담회에서 ‘이화 글로벌 2010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것으로, 07학번 입학생부터 졸업 전까지 최소 4과목 이상의 영어 강의를 의무로 들어야 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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