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형 강의. 주제통합 교양과목이나 수요가 많은 몇몇 인기강의들은 학관의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대형 강의실은 좌석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화인들로 매번 경쟁이 치열하다.

허명 교수님의 ‘과학, 삶, 미러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조금만 늦었다간 영락없이 맨 뒷자리에 앉아야 한다. 수강신청 서버의 오류로 35명에게 추가로 열렸던 강의에 90여명이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더 큰 강의실을 구할 수가 없어서 기존 강의실 앞쪽에 책걸상을 더 들여놓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덕분에 교실 앞쪽은 학생들이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기도 버거울 정도로 비좁다. 스크린과 좌석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학생들은 맨 앞에 앉는 것도 꺼려한다.

이러한 이유로 학관 110호 앞은 과삶미 전 수업이 끝나기도 전부터 자리를 맡으려고 줄을 선 학생들로 혼잡하다. 출입문이 열리면 혼잡함은 절정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지하철이든 엘리베이터든 안에 있던 사람이 나오고 나서 밖에 있던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순서이건만, 수업에 대한 열정이 이화인들의 이성을 통제한 것일까. 그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는 학생이나 나오는 학생이나 얼굴엔 짜증이 가득하다.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한숨을 돌리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미처 자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학생들로 수업 초반까지도 부산스럽다. 교재와 필기도구를 꺼내놓고 음료수 캔을 따는 순간 누군가 다가와 묻는다. “혹시 옆에 자리 비었나요?” 그럼 앉아있던 학생은 대답 없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앞뒤 의자 간격이 좁아서 중간에 사람이 들어오려면 가에 앉은 사람이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줘야만 하기 때문이다. 먼저 온 사람이 가운데부터 차근차근 앉으면 좋으련만, 가에 앉아야 가방이라도 옆에 내려놓을 수 있으니 한번 일어설지언정 편하게 수업을 듣겠다는 심보다. 어쩔 수 없이 중간 자리라도 앉으려는 학생과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나는 학생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흐른다.

이것이 수업 시작 10여분 전후의 상황이다. 자리를 잘못 잡은 날은 세발자전거를 타고 동네 열 바퀴를 돈 것처럼 다리는 저리고 등허리엔 식은땀이 흐른다. 이러한 대형 강의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학교 측에서도 주통 영역별 과목수와 분반을 늘리고 학생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바에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좀 더 너그러워 지는 것은 어떨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킨다면 적어도 이화인들끼리 눈살을 찌푸리는 일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김경희 (언홍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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