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시대의 도래로 기업들이 자국 안에서만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변화된 세상에 걸맞은 이윤 창출을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 교육 분야 또한 세계화 열풍에 한 발 비켜서 있을 수 없다. 수월성·효율성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94년도부터 언론사와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의해 매년 대학 평가가 실시되어 왔다.

‘평갗란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한 것으로 현재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대학 평가 역시 각 대학의 수준을 측정하여 이를 통해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경쟁력 강화·대학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갗 자체가 지니는 정의가 아무리 좋다하여도, 평가가 행해지는 기준이나 방법 등에 의해 그 의미는 달라진다. ‘경쟁력 강화’라는 평가 목적이 ‘대학의 서열화’로 바뀔 수 있다. 이에 몇 몇 대학과 학과는 대교협에서 실시하는 대학 평가에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올 2월 달에느 전국 대학 사회학과가, 2003년에는 경제학과와 물리학과가 평가를 거부한 바 있다.

대학 평가의 평가 항목은 대학경영 및 재정·발전전략 및 비전·교육 및 사회봉사·연구 및 산학연협동·학생 및 교수, 직원·교육여건 및 지원체제로 총 6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평가 항목 중 도서관장서 수·시간 강사 의존율·수상 실적 등 ‘숫자’에 의존한 양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양적인 측면 역시 대학 평가의 중요한 요소다. 도서관장서가 몇 권이며, 수업을 받는 데 필요한 기자재가 몇 개인지는 대학 교육에 있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이 대학 평가의 전부는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수업 시간 중 기자재 활용 여부 등이다.

평가에 있어 질적 평가는 양적 평가에 비해 측정이 어렵다. 만족도란 주관적 개념을 수치화하여 객관적 개념으로 변환시키기 어렵다. 또한 개인마다 다른 만족도를 몇 가지로 표준화시키는 작업 역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직절 평가를 배제한 채 양적 평가만 지속된다면, 대학 평가는 학생·교수 등 사람보다는 기자재·논문 등 사물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평갗만을 위한 학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방식에 의해 평가되는 것 역시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교협에서는 신생학교와 1주기에 대학종합평가를 실시한 대학과 구별해서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의 설립 목적이나 분과 학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좋다·나쁘다’로 평가할 수 없다.

대학 평가는 대학 발전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 교육 분야 역시 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세계 대학과의 경쟁은 필수 불가결하다. 대학 발전을 위한 평가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진정한 대학 교육의 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목적에 맞는 평가 방법과 평가 항목이 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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