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개방해 주민 문화 · 체육 공간으로 활용, 장애 학생 학습 지도까지

1950년대 중반. 전쟁이 끝난 후의 신촌 일대는 피난민들로 가득했다. 공장이 파괴돼 생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자 생활난은 극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교 교수와 학생들은 대학이 지역사회복지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호흡하기 시작한 지 50년이 흘렀다. 그동안 대학은 참다운 이웃의 역할을 하기 위해 야학·시민학교 등 주민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관공서·대학·학생이 힘을 합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지역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


▷ 교육 봉사 위주
허아람(특교·2)씨는 여름방학 동안 매주 2번씩 홍은3동에 사는 장애학생의 집에 방문해 학습지도를 도왔다. 허씨는 서대문구가 5월29일(월)부터 8월 말까지 운영한 ‘대학생 멘토링’ 제도의 1회 참가자다. 멘토링 제도는 지역 내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저소득층 가정의 초·중학생과 장애학생에게 무료로 학습지도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회에는 본교 16명·연세대 20명·명지대 12명 등 총 48명의 학생이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했다.

정순둘 사회복지관장은 “대학은 봉사활동을 통해 연구 중인 학문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공을 살려 지역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움직임은 199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일었다. 1995년부터 대학가에 도입된 사회봉사 학점제가 그 예다. 본교도 96년부터 사회봉사Ⅰ∼Ⅲ 과목을 통해 간호대 학생에게는 청소년 건강교육·독거노인 건강검진 등을, 음·미·체대 학생에게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방과 후 특기지도를 맡기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참여도 돋보인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은 서대문구와 함께 4일(월) ‘시민자치대학’을 열었다. 연세대 이성호 교수(교육학 전공) 외 24명의 교수들은 법률·행정·지방자치 등을 알기 쉽게 강의 중이다. 서대문구 주민자치과 정민정씨는 “전문적인 행정 지식을 전달해 주민들의 지방정부 참여폭을 넓힐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민자치대학에는 주부·구의원·주민자치위원 등 250명이 참여하고 있다.


▷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체육의 공간으로
박물관 옆에 새로 생긴 스포츠 스트립(Sports Strip)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일 오후 6∼7시쯤이면 저녁을 먹고 나온 지역 주민들이 트랙을 돌며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공을 차거나 뒹굴기도 한다. 윤복자(서대문구 신촌동·52)씨는 “스포츠 스트립 같은 학교 시설을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올해 대동제 둘째 날인 5월25일(목) 지역주민·상인들과 함께하는 노래자랑을 진행하기도 했다. ‘차 없는 거리’를 위해 이대역 앞∼정문의 차량을 통제하면서 생긴 불편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이날 학생들과 주민들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함께 노래하며 축제를 즐겼다.

명지대 총학생회는 문화 활동을 할 만한 곳이 없는 남가좌동 주민들을 위해 야외음악당을 개방했다. 15일(금) 명지대 야외음악당에서는 서대문구 주최로 ‘찾아가는 주민음악회’가 열렸다.

최유리 명지대 총학생회장은 “학교행사를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주민도 있지만 학생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다면 모두가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명지대 총학생회는 지역 주민과의 연대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사회복지관 역할 확장
올해 50주년을 맞은 사회복지관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체계적 복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56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사회복지관으로 설립된 사회복지관은 서대문구 대신동·대현동을 중심으로 소외계층 원조 활동을 벌여왔다. 올해도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제공 사업·한부모가정 지원사업 등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관도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복지관이 속해있는 지역이 아현뉴타운으로 재개발돼 주택가가 많이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순둘 사회복지관장은 “학교 주변의 개발과 상업화로 인해 지역사회로 깊이 파고들기가 점점 힘들다”고 말했다. 정 관장은 “이제 지역사회의 개념을 ‘서울’로 더 넓고 크게 보고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경 사회복지관 사무국장은 “복지관에는 학생들이 과 특성이나 관심분야를 살려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얼마든지 있다”며 “사회복지 전공생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지역봉사활동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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