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부족해 옆동무와 함께 보고, 모내기 · 각종행사 동원으로 방학은 한달 뿐

하얀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북한 응원단이 입었던 옷이다. 약간 촌스러운 느낌의 그 의상은 북한 대학생의 교복이다.

“남한처럼 옷이 다양하지 않슴다. 고저 머리도 얌전하게 묶어야지 물들이거나 하면 큰일남다” 현재 본교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공부하고 있는 새터민 ㅎ씨의 말이다.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에 있는 다른 대학에서 교수를 하던 ㅎ씨는 이화에서 다시 학생의 신분이 됐다.

“남한에서 옛날에 입던 촌스러운 양복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게 북한 교복이라요”남자는 양복이고 여자는 양복과 한복 두 종류다. 평상시에는 양복을 입고 큰 행사가 있을 경우에 한복을 입는다.
북한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의 차이는 교복 뿐만이 아니다. 학습 환경은 한 마디로 극과 극이다.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이 잘되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남한 대학생들은 행운아인 셈. 북한 대학은 등록금 없이 나라의 지원을 받는 반면, 그 지원은 더없이 열악하다. 오죽하면 ㅎ씨의 입에서 “기숙사에서 주는 밥만 먹었다가는 영양실조로 죽을지도 모름다. 절대 안된다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

요즘 북한은 경제난으로 석탄이 부족해 난방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학생에게 주어진 임무는 일정량씩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오랜기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해 산에서 나무를 구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가야 나무가 있는 산을 찾을 수 있다. 집안 형편이 그나마 나은 학생들은 시장에서 땔감용 나무를 사 오는 방법을 택한다. 나무가 부족하니 종이가 모자라는 것도 당연하다. 수업 교재로 활용되는 책도 개개인마다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2∼3명에 한 권꼴이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필기하지 않으면 공부할 자료조차 없게 된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24시간 학생들이 드나들고 밤새 불이 켜져있는 중앙 도서관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학 도서관은 반대다.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밤에도 전등을 켤 수 없고, 종이가 귀하기 때문에 책이 별로 없어서 인적이 드물다. 학생들은 공부할 때 도서관 대신 기숙사를 택한다. 그나마도 평소에는 어두워지기 전에 공부를 끝내고, 시험기간에는 촛불에 의지해 밤늦게까지 공부한다. “요기 남한 도서관은 책도 많고 시설이 너무 좋슴다”

북한 여대생에게 인기있는 학과는 ‘사대’와 ‘교대’다. 또 식료품·옷 등 소비재 생산품을 만드는 경공업이나 의대도 선호하는 편이다. 전공에 따라 교대는 3년, 의대의 경우 5년 반까지 교육기간이 다르다. 고등학교처럼 반도 짜여져 있고 시간표도 학교에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휴학이라는 개념은 없다.

또 한 가지 북한 대학생의 특징은 국가 동원의 의무다. 5월 모내기 철에는 한 달 정도 농촌에 나가 농사일을 돕는다. 심지어 시·도에서 실시하는 나무심기·하수도 정비나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많으니 당연히 방학은 짧을 수 밖에 없다. 여름은 보름, 겨울은 20일 정도가 공식적인 방학의 전부다.

“북한에선 대놓고 노골적으로 연애 못함다. 만날라믄 몰래 만나야 함다”북한 대학생들은 드러내 놓고 연애를 하거나 자유롭게 치장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를 말해주는 것은 ㅎ씨의 마지막 말이었다.“남한 대학생이 자유로울디는 몰라도, 북한 학생이 더 편하기는 하디요”졸업때가 되면 치열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남한 학생과 달리, 북한 대학생들은 나라에서 정해주는 직장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고려해 신원은 공개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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