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문화관 로비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릴리즈’ 멤버 외에 또 한 명의 사람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양경언 동아리연합회장 당선자다. 동아리 주간 행사를 진행하느라 바쁜 그를 만났다.
“‘동화만발’의 뜻처럼, 진정 우리가 만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 이번 동아리 주간을 진행했어요”
동주간 현수막에도 쓰여 있듯이, 이들의 주장은 ‘지도교수제 폐지’·‘동연회장 인정’ 등 학생들의 자치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학생처는 올해 초 동연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회장으로 뽑힌 양 당선자를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동연은 매년 초 지급되는 학생회비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는 학교가 선거권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자치권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단대는 4학기 등록자가 회장직을 맡는 경우도 있어요. 유독 저희에게만 철저히 적용된 건 평등권의 원리에도 위배된 것 아닌가요. 현재 학생처에서 동연 업무를 대리하는 서리제를 제안한 상태에요. 그 제안과 덧붙여 타 단대의 선거권도 똑같이 강제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자치권을 더욱 심하게 박탈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1학년 때부터 중앙동아리 ‘투혼’에서 지내 온 양 당선자는 동아리들이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다. “건물 대여 허가를 받는 것부터 게시물 부착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학교의 개입이 굉장히 많아요. 자치에 관한 목소리를 동아리인들이 가장 절박하게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직접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문제에 부딪치거든요”

양 당선자는 인터뷰의 초점이 개인에게 맞춰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다. 동아리 전체의 문제인 동연회장 인정 문제가 자칫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자치권 관련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전체 동아리 활동에 족쇄가 된다”고 했다. 앞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얼렁뚱땅 끝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학교의 상은 학생들이 누구의 제재도 없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취업하기 이전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 있는 공간을 꿈꿔요. 그래서 오늘도 움직입니다. 그것은 어느 순간 덜렁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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