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카페에 전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

쌀쌀한 바람. 따스한 차 한 잔이 그리워 카페 문을 살며시 밀었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종업원의 웃는 얼굴이 아니라, 나뭇가지처럼 꼬아진 흰 철사 조형물이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드니 천장에는 까만 대나무가 그려진 커다란 OHP 필름이 흔들거린다. “뭐 드시겠어요?” 종업원이 건넨 메뉴판 뒤에 코팅된 종이 한 장이 더 보인다. ‘네울의 두 번째 전시, 네울이 사는 집’이라고 적혀 있다.?

정문 근처 카페 ‘베리(Very)’에서는 조형대 학생들 4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 ‘네울’의 전시회가 한창이다. 벽·천장·홀 한가운데 등 곳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마치 원래 있던 장식품처럼 카페 속에 녹아든다.

작년에 인사동 갤러리에서 1회전을 가졌던 ‘네울’이 올해 전시 장소를 카페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일반인에게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면 소위 미술을 아는 사람들, 극소수 층의 사람들만 보게 되거든요. 미술에 문외한인 관객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었어요” 박유미(조소·4)씨의 설명이다.

새내기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는 이곳 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Starbucks)’ 이대점 3층에는 김지희(한국화·4)씨의 현대적인 한국화 작품 6점이 걸려 있다. 분홍색 캔버스 위에 몰캉한 하트가 떠 있는 화사한 그림은 한국화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사군자’ 식의 기존 한국화 개념을 뒤엎고 ‘젊은 한국화’라는 주제로 작품을 창작했다. 트렌디한 분위기의 ‘스타벅스’는 한국화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그의 의도와 딱 들어맞는 장소였다.?

조형대 학생들이 카페를 전시 장소로써 활용하는 시도는 상업화에 찌든 학교 앞 거리를 문화적인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의 힘으로 새로운 대안공간을 만들어 가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예술의 거리’ 홍익대학교(홍대) 앞 일대는 갤러리카페가 많아 미대생들의 카페 전시가 이미 활성화돼 있다. 13일(수)∼17일(일)에는 매년 홍대 미대에서 주최하는 ‘거리미술전’이 열리기도 했다. 박유미씨는 무엇보다 홍대 앞의 그런 활기가 부럽다고 했다. “우리 학교 미대생들도 가까운 공간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작업 활동을 펼쳤으면 해요. 많은 이화인들이 이런 전시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이대 앞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저희 전시가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카페 입장에서도 학생 작품전은 반길 만한 일이다. 손님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카페 전체의 분위기도 더 고급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베리’의 윤영수 사장은 “여기 와서 우연히 전시를 본 후, 다른 친구와 함께 다시 방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작품 성격이 카페 분위기와 맞을 경우에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흔쾌히 공간을 빌려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카페를 찾은 일반인들의 반응 역시 매우 긍정적이다.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다. 김지희씨의 그림 아래 앉아 친구를 기다리던 정지윤(경영·2)씨는 “갤러리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즐겨 찾는 곳에서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두 전시는 30일(토)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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