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반대 인터뷰(이기현 장양미씨)

학내에서 FTA 반대 서명을 시작한지 4일째.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시간을 투자한 덕에 1천300명의 서명을 얻어냈다. “지난 4일은 평균 2~3시간 밖에 못 잤어요”라면서도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화인 모임’ 이기현(국문·4)씨와 장양미(기독교학 박사과정)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FTA반대 활동까지. 24시간이 부족하다.
학내 곳곳에 붙여진 자보의 솜씨가 능숙해 다른 활동 경력을 물었다. “학생 운동은 해본 적도 없어요. 다른 팀원들도 문화 동아리에서 흥나게 놀기만 했죠” 그렇지만 말처럼 무턱대고 논 두 사람도 아니다. 특히 기현씨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사회사안과 책에 대한 스터디를 해온지 4년째. 열린 공부는 그의 일상이다. 이번 FTA 반대운동도 우석춘의 「한미 FTA폭주를 멈춰라」라는 책을 읽다가 심각성을 깨닫고 시작하게 됐다. “저자는 FTA 체결 시 연봉 6천만원이 안되면 차라리 이민을 가라고 해요. 전 돈을 그렇게 벌 생각이 없는데 그럼 지금처럼 마음 놓고 공부하면서 대한민국에 살 수 없단 얘기죠” 농민이나 정부 관료들만의 사안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의자를 박차고 캠퍼스로 나왔다.
양미 씨는 7월 열린 한미 FTA 반대 시위에 참여한 후 운동을 결심했다. 그 역시 대학원 공부로 바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이화인이었다. “개인자격으로 대자보를 쓰려고 했어요. 조직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현재 모임이 됐죠”
현재 FTA 이화인 모임에는 장씨와 이씨처럼 학부생도 있지만 교수와 강사도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함께 토론도 한다. “선생님들과 우리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친구처럼 의견을 나눠요”라는 이씨의 말과 같이 이 모임은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의 경계가 없다. 모두가 함께 공부하는 동료일 뿐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이화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FTA에 관심을 갖고 잘 알게 하는 것 뿐이다. 장씨는 “FTA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우리가 누리는 문화생활 뿐 아니라 일상도 침해당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유로운 삶을 위해 학내운동을 시작했다. 바람의 향기가 난다. “수유너머 같은 생활공동체와 학문공동체의 결합을 꿈꾸고 있어요. 돈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도우며 공부하는 거요. 요즘 세상 너무 팍팍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그들의 정치색은 순수한 투명이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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