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의 마지막 상징인 ‘졸업앨범’이 과소비에 물들고 있다.
졸업을 앞둔 이모씨는 지난 5월 졸업앨범 촬영을 위해 총 102만8천원을 투자했다. 메이크업 20만원·머리손질 2만원·의상 70만원에 졸업사진비 10만8천원이다.
졸업앨범촬영에서 기본비용은 앨범 값 5만2천원·프로필사진 1만원·학사모사진 3만원·증명사진 세트 2만원이다. 모두 선택했을 때 사진 값만 10만원이 넘는다.?
졸업앨범 촬영을 위해 학생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의상이다. 신촌 현대백화점에 위치한 여성정장브랜드 마인(MINE)의 경우 5월달 졸업시즌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정장이 평소보다 20∼30벌 더 팔렸다. 2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또다른 여성정장브랜드 미샤(michaa)도 졸업시즌이면 바빠진다. 앨범촬영 때 입을 정장을 사기 위해 하루 평균 10~20명 정도의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 미샤의 한 관계자는 “주로 70∼80만원대의 자켓과 스커트가 높은 판매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졸업앨범을 촬영한 김모씨도 의상에만 62만6천원이 들었다. 그는 “비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입사면접 때도 입으려고 큰맘 먹고 샀다”며 큰 지출이 있을 것을 예상해 지난 학기부터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돈을 들이는 것은 의상뿐만이 아니다. 1965년 개장한 정문 앞 은하 미용실에는?90년대부터 졸업 메이크업과 머리손질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2000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졸업메이크업을 받는 사람들이 늘었다. 졸업 촬영기간에 하루 예약손님은 화장의 경우 10명, 드라이를 비롯한 머리 손질은 20명이 넘는다. 김미화 점장은 “메이크업 비용은 11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촬영이 있는 4월28일(금)~5월15일(월)까지 약 2주간 예약이 모두 꽉 찼다”고 밝혔다.
졸업앨범을 담당하는 광개토대왕 사진관의 이병철 실장은 “졸업앨범에 대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관심도는 타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휴대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수정여부·재촬영 등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이렇게 사진촬영에 큰 지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연(중문·4)씨는 “평생 기록되는 사진이라 예쁘게 나오고 싶은데 직접 화장을 하려니 자신이 없어 단골 미용실에서 했다”고 밝혔다. 의상도 비슷한 이유다. 졸업앨범 촬영을 구실로 평소 의상보다 비싼 정장을 구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친구들도 모두 이렇게 입는데…’하는 분위기가 작용한다. 이력서 사진으로 쓰기 위한 이유도 있다.
이같은 현상을 양윤 교수(심리학 전공)는 소비자심리학에 근거해 “누군가 하면 따라하는 ‘동조’와 네가 하는데 나는 못하냐는 ‘경쟁’ 심리”라고 설명했다. 또 공학의 여학생은 남학생들의 영향을 받아 외모에 관심이 적은 반면 여학생만 있다 보니 노출이나 과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교수는 몇몇 이화인의 이러한 행동이 확대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 했다. 그는 자기 돈을 쓰는 것이라도 사회적 책임은 따른다고 말했다. 또 “일생에 한 번이라고 합리화면서 과소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졸업앨범에 대해 부정적인 학생들도 있다. 매년 졸업생의 수는 3500여명. 사진관에서 졸업앨범을 인쇄하는 매수는 평균 3200부 정도다. 약 300명정도의 인원이 졸업앨범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 김지숙(국문·4)씨는 “생에 한번뿐인 대학졸업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비용은 낭비”라고 말했다.
전문영(영문.4)씨는 디지털 카메라를 휴대하며 평소에도 학교생활을 담기 때문에 졸업앨범 사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잘 모르는 학생들과 섞여 사진 찍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말하는 전씨는 다른 애들과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치장하는 것도 학생답지 못하다고 밝혔다.
80년대에 졸업한 정혜영 교수(초등교육 전공)도 졸업앨범의 지나친 비용을 지적했다 . 80년대는 짙은 색 정장으로 단정하게 입는 것이 졸업앨범 준비의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 또 그는 “그 시절에도 앞머리를 세워 고정시키는 등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긴 했지만 요즘 학생들처럼 전문적으로 화장을 한다든지 많은 돈을 쓴 것은 아니었다”며 주변사람들이 몰라볼 정도로 돈을 들여 획일적으로 변신한 모습이 진정 졸업앨범을 찍는 목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우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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