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채널 단 1개, 사건. 사고 기사 전무


17년 간 MBC ‘통일전망대’를 진행하고 있는 김현경 북한 전문 기자가 5일(화) 이화를 찾았다. ‘TV프로그램을 통한 북한 바라보기’라는 주제로 그가 방송국 대신 선 곳은 이화­포스코관 259호. 강연은 북한 텔레비전의 특징과 그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북한 텔레비전에는 몇 개의 채널이 있을까요?” 학생들 얼굴에 궁금한 기색이 역력하다. “44번 딱 한 개에요. 전국 방송 채널로는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유일하죠” 채널 개수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 개는 너무하다는 표정들이다.
점유율 100%, 인민들이 방송을 선택할 기회는 없다. 김 기자는 이것이 북한 텔레비전의 막강한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 텔레비전 방송은 오락 보다 사상 교육·정책 홍보 위주다.
“텔레비전에는 북한 정권이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나와요” 이것은 북한 뉴스에 사건·사고 소식이 거의 없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김 기자는 북한 방송이 95년 발생한 엄청난 수혜를 보도하지 않았던 것을 예로 들었다. 당시 수마는 모든 산업시설을 무너뜨리고, 2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건 발생 후 한참 뒤, 중국을 통해 이 사실이 각국에 알려졌다. 그제야 북한은 “무더기 비가 내렸지만 군인과 장군님이 보내주신 헬기를 통해 사람을 구했다”는 내용만 방영했다. ‘용천 폭발 사고’ 역시 발생 70일 뒤에 복구장면을 방송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방송하는 북한이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볼 수도 있다. 그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거꾸로 해석하면 현재 북한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영웅이 많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죠. 영웅이 많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난세잖아요”
한편 북한에도 과학·기술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청년 과학자에 대한 기사가 많아지고, 다른 나라의 신기술을 소개하는 내용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안보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 변화의 욕구는 퇴보한다. “이것이 북한의 현재 모습이죠”
강연을 들은 조성은(중문·4)씨는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북한의 이면을 들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며 흡족해했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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