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맺을 때 드러나는 여성적인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은 비단 여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려대는 대인관계 상담 요청수가 연간 1천1백건에 달한다. 성균관대 역시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 만들기’란 주제로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대학생 전반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황미구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와 자식 간의 애착관계를 유지하는 시기가 지나치게 길다며 “청소년기에 정체성 형성이 지연되면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돼서도 정체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TV·인터넷 등의 대중매체가 조장한 성 혹은 금전적인 가치를 무분별적으로 흡수하기 쉽다. 황 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가치를 습득한 최근 대학생들은 우정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며 “외모가 뛰어나거나 돈이 많은 사람과의 관계만을 우정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 사회가 개인 생활중심이라는 점도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불러온다. 청소년기에는 지적·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학급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반면 대학에서는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한 두 시간 수업을 같이 듣는 것 외엔 대부분 혼자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형성되거나 경제적인 가치만으로 인간을 평가하기 쉽다.

학부제로의 학사 개편도 간과할 수 없다. 사회과학부·인문과학부 등에 소속된 300∼500명에 학생은 전공 결정 전 대규모 학부의 한 일원일 뿐이다. 결국 망망대해의 학부에서 표류하기 십상이다. 최혜련(미술·1)씨는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운데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법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는 학부제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문제를 분반사업으로 극복했다. 홍익대 김민호(공학·1)씨는 “반을 나눠서 수업을 함께 듣기 때문에 친구 사귀는데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교수가 학생들을 한 명 씩 자기소개를 시키는 등 화목한 분위기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본교의 경우 실제로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 당시 화이팅!이화는 새내기 분반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는 실질적으로 분반 사업을 운영할 단대 학생회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연 총학생회장은 “학생회 차원에서 3천명이 넘는 신입생의 분반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 역시 분반 사업에 대해 이렇다할 계획이 없다. 대신 학교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세미나 과목을 개설했다. 하지만 1학년 세미나는 친목을 도모한다는 목적보다는 교과목의 성격을 더 띤다. 조정임(인문·1)씨는 “새터 친구들 외에 다른 친구를 사귈 수는 있었지만 만나는 시간이 적어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좋은 대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황미구 박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인간관계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아 본 경험이 없다”며 원활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갖기 위한 해답은 ‘적극성’이라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았다. 양 연구원은 “고학년이 되면 서울 출신 학생보다 친구가 더 많은 지방출신 학생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저학년 때 새로운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귄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연락을 하는 등 능동적인 사람이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다. 양 연구원은 “친구를 원한다면 직접 발로 친구를 찾아 나서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인관계에 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극적인 자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의 감정을 순화하는 것이다. 황 박사는 열등감으로 가득 찬 사람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할 수 없다며 “좋은 책·음악 등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한 후 사람을 사귄다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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