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깊은 친밀감이 형성돼야만 친구로 인정해

사례1
‘졸업하기 전에 엠티 한번은 가봐야 할텐데…“ 졸업을 1년 앞둔 ㄱ(중문·3)씨의 고민이다.
그는 대학 입학 후 엠티 한번 가보지 못했다. 선후배간의 술자리는 그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주변친구들도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터라 외부 활동도 없다.
오후5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그날 처음 입을 뗏다. “잘 지냈어? 나 오늘 처음 말했다” ㄱ씨는 학교에 친구가 적다보니 하루종일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놀이터는 중앙도서관이다. ‘모범생’도 아니건만 공강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 그곳으로 간다. 그는 “딱히 놀 친구도 없고 책이나 보고 공부나 하는거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되묻는다. ‘제가 남녀공학에 다녀도 그랬을까요?’
사례2
집에 왔다. 늘 내가 집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지만 수업이 끝나면 각자 활동으로 바쁜 친구들을 붙잡을 수가 없다. 현재 친구들도 새터때 만난 친구들이다. 새터 이외에 친구를 사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학부 인원도 많아 과친구들과 친해지기도 쉽지않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여대에서 친구 사귀기 어렵다”
이지연(정외·2)씨가 친구들과 만나서 털어놓는 얘기다. 그의 친구들도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엔 남녀공학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학교를 다니다 보니 실감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정말 친구 사귀기 어려운 곳일까.
여대에서 친구 사귀기 어려운 이유는 우선 공학에 비해 친구를 사귈 환경이 미비한 데 있다. 어떤 경로로 친구를 사귀었냐는 질문에 203명(50.75%)이 수업, 110명(27.5%)이 새터라고 대답했다. 공학의 경우는 학과 활동 이외의 시간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립대 이선정(도시사회·2)씨는 “수업은 물론이고, 엠티나 동아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인관계를 형성했다”며 “보통 대부분의 학생들이 1∼2개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학생의 인간관계가 남학생에 비해 좁고 깊은 것도 원인이 된다. 본교 학생상담센터 양난미 연구원(상담심리전문가)은 “일반적으로 남학생과 여학생의 대인관계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여학생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친구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학생은 함께 운동을 하거나 수업만 들어도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남학생들의 친구관계는 폭넓고 다양한데 반해 여학생의 경우는 깊은 친밀함이 특징이다.
심리학에서는 관계 지향적인 성향을 여성성, 성취 지향적인 성향을 남성성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남학생에 비해 친구가 없거나 자신이 중심이 되지 못하는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친구를 잃었을 때 고민이 많아지고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는 것도 여성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7월25일(화) 자 신문에 ‘여성의 친구관계’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정신과 의사 캐롤 클라이만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친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성은 일에서 얻는 자기만족이 크지만, 여성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자긍심과 성취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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