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대학보사 78기 ‘수습’기자다. ‘사진부’ 소속이기도 하다. 기사를 쓰면서 사진 취재도 병행해야하는 어설픈 멀티플레이어. 사진과 기사, 그 오묘한 관계란!

  처음으로 사진기사를 찍던 날. 아직 카메라는 손에 익지도 않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약간 더운 듯한 날씨는 나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사진부 선배까지 동행 했으니, 그야말로 진땀나는 현장. 그것도 비탈지기로 유명한 공포의 법대 언덕이었다. 아직도 생생하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쭈뼛쭈뼛 걸어가는 내 자신없는 발걸음, 렌즈를 의식하고선 고개를 돌려버리던 무심한 사람들, 옆에서 지켜보는 선배의 걱정스런 눈초리.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사진기사 뿐 아니라 기사와 함께 실릴 사진도 많이 찍는다. 또한, 브리핑·단신으로 시작해 인터뷰·소기획 등의 기사들도 몇 차례 썼다. 학기초에는 사진을 많이 맡지 않아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은 여유로웠는데 요즘은 월요일 편집회의가 긴장의 시간이 돼버렸다. 기사 쓰기에 사진에 대한 걱정까지…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온갖 고민들로 정신은 산만해 지고 동시에 손은 바빠진다. 스케쥴표가 가득 차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난 주, 나는 사진과 기사와의 ‘오묘한’ 관계를 넘나들었다. 처음으로 맡은 대면 인터뷰 기사. 내게는 취재원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야 할 임무도 있었다. 빽키언니는 수업때문에 인터뷰를 함께 할 수 없었고 작을만큼 작아진 한낱 ‘수습’기자인 나는 한 손엔 카메라, 한 손엔 취재수첩을 쥐고 주간실에서 취재원을 기다렸다. 인터뷰부터 내 기사와 사진이 실린 신문이 나온 순간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기사·사진 유지은 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본 순간. 어려운 논문을 읽으며 밤새 취재원들을 원망했던 내 모습은, 태연한 척 감추었던 인터뷰 때의 긴장감은, 모두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직도 나는 카메라를 손에 쥐기 겁내하고, 취재원을 상대할 때마다 긴장하는 수습기자다. 그러나 그 수습기간도 이제 두 번의 마감만을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나중에 이글을 보게 됐을때, 어떤 기분이 들까? 인터뷰 하나에, 사진 한장에 맘 졸였던 지금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진 않을까? 불과 몇 시간전에도 나는 카메라 작동법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죄값으로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처음으로 혼자 맡게 된 게시판도 이제 겨우 마감 했을 뿐. 수습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괜시리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유는 당췌 무엇일까. 내일은 또 공포의 마감이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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