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변경기간이었던 개강 첫째 주는 이화인들에게 무척 혼란스러운 일주일이었다. 듣고 싶은 과목 또는 들어야만 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었다. 학교 곳곳의 컴퓨터가 학수번호를 ‘엔터질’하는 이화인들로 가득 찼다. 전공생이 많은 학과의 첫 수업은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이 몰려 강의실 문을 닫을 수조차 없었다.
‘수강신청 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특히 부·복수 전공을 이수하려는 학생이 늘면서, 인기학과의 강의는 언제나 신청 인원이 정원을 초과한다. 그러다보니 막상 수강신청에 성공한 타과생들도 전공생에게 밀려 수강을 포기하는 일이 이번에도 일어났다. 심지어 학과 사무실에서 3학년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졸업을 앞둔 4학년을 위해 수강을 포기하라’고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물론 타과생보다 전공생이, 3학년보다는 4학년이 더 시급한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학생이 등록금을 낸 이상 어느 누구도 수강 여부에 있어 차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학생의 기본 권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권이다.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주전공생과 부·복수생이 많은 언론홍보영상학부나 경영학과 및 국문과의 경우,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로 뒤늦게 분반이 더 개설되거나 정원이 늘었다. 그러나 일주일동안 교수와 학생 양쪽이 겪은 혼란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학생은 학생대로 수업을 제대로 못 들었을 뿐만 아니라, 교수 또한 안정적으로 강의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일주일을 아깝게 버리는 셈이다. 
수강신청 대란이 비단 본교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많은 대학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운다. 고려대는 수강신청을 두 번에 나누어 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기말시험 2∼3주전에 조기 수강 신청을 하면, 학교 측은 이때의 수요를 고려해 분반 수와 강의실 크기 등을 결정한 후 개강 2주 전에 초과 수강 신청을 받는다. 이 제도는 수요 파악에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학생들의 호평을 받았다.
본교도 이번 학기부터 수강 신청 시 수강인원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보다 학생들의 불편이 줄지 않은 것으로 보아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확한 수요 조사를 통해 교수의 수와 분반 수를 알맞게 정하는 것이다. 뒤늦게 분반과 정원을 늘리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행정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수는 없다.
또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은 수강신청 문제를 대하는 이화인들의 자세다. 매 학기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학생의 권리는 학생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가 구심점이 되어 여론을 모아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등록금 동결도 물론 중요하지만, 비싼 등록금을 내는 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받아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 학기에는 본지에 수강신청에 관한 긍정적인 기사가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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