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전공 이수 학점 대폭 증가 …학생들 선호도 무시 VS 경쟁력잇는 공학도 배출

전국 공과대학(공대)에 ‘공학교육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9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부터 ‘공학교육인증’을 수료한 학생들에게 10%의 가산점을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본교 공대는 올해 06학번을 대상으로 첫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은 공대 교육과정을 일정 기준으로 평가한 후 공학교육인증을 부여한다. 인증된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은 공학현장에 투입될 준비가 됐음을 보증받는다. 1999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래 2005년 22개 대학이 인증 받았으며, 2006년 4개 대학이 평가를 진행 중이다.?
신영수 공과대학장은 공학교육인증은 “학생을 위한 것”이라 말한다.
공학교육인증은 미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제도화한 것으로 미국·일본을 비롯한 9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준회원이지만 지난 10일(일)∼15일(금) 공학교육인증 협력체가 한국을 방문해 공인을 평가했다. 정회원으로 승격될 경우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생들은 국제무대에서도 학력을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신 학장은 커리큘럼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전공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것도 공학인증제의 강점으로 꼽았다.
본교 공과대학은 올해부터 졸업에 필요한 최소 이수학점을 120에서 135학점으로 늘리고 최소 전공이수학점도 45에서 62학점으로 늘렸다. 특히 전공기초 이수학점은 18에서 30학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갖춘 국제적인 엔지니어 배출’이라는 취지는 06학번 신입생들에게 먼 얘기일 뿐이다. 당장은 빡빡한 시간표가 버겁기만 하다. 고보람(컴퓨터정보·1)씨는 이번 학기 전공기초과목인 생물학 외에는 권장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학기 학과의 요구대로 전공기초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아찔하기 때문이다. “1학년부터 정해진 시간표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졸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분야도 경험하면서 여유롭게 가고 싶어요” 고씨는 친구들이 공학인증을 위해 학과에서 정해준 대로 따라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반문했다.
학과에서 권장하는 수업에 맞춰 공학교육인증 커리큘럼을 밟고 있는 이지은(건축·1)씨. 1학년이지만  전공과목 1개·전공기초 3개·기초소양 2개 등을 수강한다. 이씨는 “공학교육인증은 시대적 요구며 필연적인 것”이라고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므로 왜 인증받아야 하는지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제통합형 필수교양까지 ‘ABEEK이 규정하는 학습성과’에 부합하는 과목으로 지정해 둠으로써 학생들의 선호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신 학장은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이 135학점인데 반해 정해진 교과목이 108학점이라 27학점 정도만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선호도에 대한 문제를 공감했다. 또 타과의 최소 전공이수학점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공대만 늘어난 것에 대해 그는 “공대 학생들은 90%이상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있다.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타과에 비해 명확해 전공지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문영(환경·2)씨는 “공학인증을 받을 수 없는 2006년 이전 입학생들은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며 취업 시 형평성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06학번 이전 학생들도 공학인증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준비절차나 방법이 공지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10% 가산점 적용을 발표한 박보수 삼성전자 인사과장은 “우리도 공학교육인증제가 보급 단계인 점을 감안해 2010년 2월 졸업생까지는 인증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전공과목을 이수할 시, 똑같은 우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일부 오해가 있음을 밝혔다. 공학교육인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수학·자연과학·전산학 과목 총 27학점 이상 △전공이론·실습 62학점 이상 △누계 평점 3.0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가산점이 인정된다.
본교도 2006년 이전 입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대책을 논의 중이다. 06학번이 졸업하는 2010년, 동일한 시기에 졸업하는 다른 학번 학생들(희망자에 한해)이 공학교육인증과 상응하는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그는 “같은 과목명의 수업을 이수했다 하더라도 06학번과 05학번 학생들이 수강한 강의내용은 다르다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테스트를 치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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