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또한 즐길 수 있을까. 한국죽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준식 교수(한국학 전공)를 만나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5월, 최 교수는 죽음 전문서 한 권을 펴냈다.  이 책은 최근 30년간 이뤄진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죽음 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죽음이 없으면 종교는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종교는 일종의 죽음 극복법이죠”
최 교수는 본래 종교학자다. 그의 말대로 죽음과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그의 관심은 필연적이다. 그는 한국인의 삶에서 죽음이 너무 배제돼 있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동전의 양면 중 한 면만 보는 것과 같아요” 절체절명의 문제이자 보편적 사실인 죽음, 이는 삶의 완성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죽음에 대한 연구가 침체된 한국에 비해 외국에서는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죽음 관련 교육서만 21권. 미국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죽음학을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강의를 열어 놓으면 학생들이 듣기나 할까요?” 최교수는 죽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아쉬워했다.
최 교수는 죽음학회를 만들자고 제안한 최초의 사람이기도 하다. 근사체험에 대한 강의가 끝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식으로 죽음학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모임을 만들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던 그는 기어이 일을 쳤다. 지난해 6월, 이렇게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죽음학회가 만들어졌다.
1년 동안 ‘인간의 죽음과 죽어감’·‘죽음­그 의미와 현실’ 등의 주제로 학회와 포럼을 세 번 가졌다. “처음에는 2~3백 명씩 들어오기도 했어요.?湯냄?그토록 많은 사람이 오는 경우는 드문데…” 그러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교수는 죽음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호기심 이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죽음 뒤에 또 다른 세계가 있는지는 죽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곳곳에 있을 리 없다. 대신 죽음 문턱까지 갔다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다. 이들이 바로 근사체험자다. 근사체험자들의 증언과 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후세계에 대한 학술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사후세계가 없으면 삶 자체가 불가능해요. 허무 그 자체죠. 죽으면 다 끝인데 죄를 짓는 것이 뭐가 문제되겠어요? 윤리도 필요 없죠”
어떤 종교도 죽음은 부정하지 않는다는 그는 사후세계를 상식이라고 말한다. 물론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근사체험을 단순한 산소결핍으로 인한 현상이나 환상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를 ‘과학의 오만함’으로 일축했다. 오감으로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 때문이다. 그는 한 학자의 말을 빌려 죽음 뒤의 삶은 ‘이해’가 아니라 ‘앎’의 문제라고 전했다.
사후세계, 지금을 살고있는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이토록 열심일까.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예요” 뜻밖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 봄으로서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의 일로 닥칠 때야 비로소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삶에 대해 고민해요. 미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좀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최 교수 당신은 어떤 죽음을 맞고 싶냐는 질문에 “다시 이 세상에 안 왔으면 좋겠다”며 머리를 흔든다. 재미도 없는데 뭐하러 또 오냐며 익살스럽게 웃음을 짓는다. 곧이어 자기 장례식을 미리 디자인해 놓은 사람·하고 싶은 말을 녹음해 놓고 죽은 사람 등 여유롭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또한 생사에 걸림이 없는 죽음을 바란다는 듯이.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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