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 5층 복도 맨 끝 방. 그의 옆모습은 하얗게 센 단발머리에 수염까지 길러 마치 철학자 같다. 기자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뭐 급할거 있나~”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이화에서 30여 년간 특수교육을 지도해 온 송준만 교수(특수교육학 전공)는 지난 9월9일(토) 『도시의 신들, 상형시대』란 시집을 냈다. “시 짓는 거? 내 평생 취미 생활이야.”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시를 써왔다. 시집 발간은 2003년 『나 지금 여기옐에 이어 두 번째다.
‘도시에 신의 황혼이 지나고 새 신들의 새벽이 밝아왔다(…중략…) 신은 금기로 다스렸으나/새 신들은 유행으로 다스렸고/신은 내세를 기다리라 하였으나/새 신들은 현세를 즐기라 했고(…후략…)’ 그의 시 ‘도시의 신들’의 일부분이다. “현대인들은 도시 속에 많은 우상을 만들지. ‘명품’이니 ‘인기’니 우상도 다양하잖아. 우상이 사람의 영혼을 빼앗고 무의식까지 지배하는 현상을 시로 표현하고자 한거야. 이 우상들이 곧 신이라는게지.” 전통적 신의 이미지는 우주와 세계를 아우르는 범신적 기능을 했다면 현대인들은 각자의 욕구에만 치중한 우상들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특징을 대비시켜 ‘옛 신’과 ‘새 신’으로 표현했다.
시집의 마지막인 주제 ‘상형시대’에서는 그림과 시가 결합된 작품들이 있다. 교회·별·사람 얼굴 등의 모양을 글자로 표현한 시다. 송 교수는 “상형시는 보편적인 시의 개념에서 벗어나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시”라고 소개했다. 한시를 보면 그림과 시가 함께 존재한다. 이번 시집의 ‘상형시대’ 역시 한시 등의 동양 전통을 반영한 시도다. 글자수를 맞춰 사물의 모양을 그려내고 시의 내용까지 고려하는 것은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태어난 시들은 송 교수의 일부나 마찬가지다.“시를 쓸 때 가슴이 애틋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시 하나하나가 다 내 분신이야.”특히 적절한 시어를 고르기 위해 수천번도 더 생각한다. 이 때문에 훗날 시어 하나만 듣고도 옛 기억이 유수처럼 흘러나온다. 시를 지으며 얻는 쏠쏠한 재미다.
송 교수는 시를 암기하고 있으면 그 내용이 자기 안에 내재해 있다가 시시때때로 떠올라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에게 어떤 시를 외우고 있냐고 묻자 “나는 이미 다 소화돼 버렸어”라며 웃어 넘긴다.  
앞으로의 활동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한 중국 시인의 말을 인용했다. ‘이제 난 한가한 날이 없을 거다. 죽기 전까지 시 쓰는 것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어 하나하나에 자신의 깨달음을 축적하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추억을 잊지 않는 법을 엿볼 수 있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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