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면접 과외, 악기 교습 등이 주를 이뤄… 일부 대학선 '튜터링 제도'로 활성화

대학생이 대학생을 가르친다. 학교에서는 동기·선배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스승과 제자가 된다.
‘대학원 영어면접 대비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 대본을 함께 손보고 연습했으면 해요.’ 10월26일(목)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10월 한 달 간 인트라넷에는 괴외 선생님을 구한다는 10건의 글이 올라왔다. 과외 학생을 찾는 글도 총 8건. 이 중 대다수가 취업, 유학 등을 대비한 실용외국어 과외와 악기 교습이 차지한다.
외국어 과외를 받는 학생들은 또래가 줄 수 있는 친밀감과 장소·시간의 편리성을 학내 과외의 장점으로 꼽았다. 독일 유학을 준비 중인 김혜진(사회·4)씨는 시간을 절약하려고 대학생 선생님을 찾았다. 그는 “같은 학교 학생이라면 공강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수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 취직을 원하는 염은영(사학·4)씨는 영어 회화 선생님을 구하고 있다. 염씨는 일반 사설학원에서는 어려운 일대일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 선생님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학생들의 ‘선생님’이 되는 학생들은 주로 국제학부 학생이거나 외국인 유학생·재외국민 입학생들이다. 중국에서 본교로 유학 온 김지흠(경영학과 석사과정)씨는 일주일에 두 번, 유학을 준비하는 본교 1학년생에게 중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빠듯한 한국 생활 와중에 용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는 “돈도 돈이지만 학생과 대화를 하며 한국어가 늘어서 좋다”고 말했다.
첼로·클라리넷 등 악기 교습을 원하는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 되기 때문에 대학생 선생님을 찾는다. 의과대학 피아노 동아리 ETUDE는 다음 주부터 본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인 학생에게 교습을 받기로 했다. 장수진(의학과·2)씨는 “우리끼리 치던 곡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며 기대를 표했다.
첼로 선생님을 구하는 박은정(분자생명과학부 박사과정)씨는 “악기의 경우, 아마추어가 평가하기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요소는 ‘출신 학교’”라고 말했다. 그는 “본교 음대생이라면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과외 선생님 구하기는 쉽지 않다. 친구들에게 소개받거나 인트라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선생님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막상 글을 올려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염은영씨는 “글을 올린 지 한참 돼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연세대에 가면 과외 학생을 구하는 벽보가 많이 붙어있다기에 한번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을 서로 연결해 준다. 경희대·고려대·동서대·전남대 등에는 대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튜터링’제도가 있다. 이는 전공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재학생이나 대학원생이 도움을 원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강대는 이번 학기부터 튜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전공·교양에 관계 없이 과목별로 튜터(도와주는 학생)­튜티(도움받는 학생)를 연결해 준다. 튜터의 자격은 해당과목 A 학점을 받은 학생으로 제한되며, 특정 분야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은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다. 튜터는 활동시간을 모두 채우고 나서 사회봉사학점 1학점을 얻는다. 서강대 교수학습센터 김혜림 연구원은 “과목이 영어에 쏠리지 않고 경제·경영·인문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003년부터 튜터링 제도를 운영했다. 현재 350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새터민과 외국인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 튜터링 제도도 있다. 연세대 교육개발센터가 2006학년도 2학기 튜터링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튜터의 80%·튜티의 100%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본교에는 아직 학교 차원의 튜터링 제도가 없어 시험기간이면 인트라넷·이화이언(ewhaian.com) 게시판에 종종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화교수학습센터 김연희 연구원은 “인력 부족으로 튜터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력이 충원되는 즉시 튜터링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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