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부문 입상자 정희(행정·4)씨 인터뷰]

“속으로는 싫어하는 친구가 있어도 앞에선 표현 못하는 법이잖아요. 사람 사이의 관계와 미묘한 감정 변화를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어요”

 

희곡부문 가작 ‘이웃을 사랑하라’는 평화롭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드러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작품을 쓴 정희(행정·4)씨는 소재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중 소설 ‘인콜드블러드(In Cold Blood)’에서 살인사건 후에 일어나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묘사한 구절을 보고 ‘이거다’싶었다는 정씨. “희곡을 처음 써보기 때문에 어려운 시사 문제보다 개인적인 주제를 택했다” 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희곡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가 말하는 희곡의 매력은 무엇보다 감칠나는 대사에 있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대사에 주목한다는 그는 “소설에도 대사가 있지만 별도의 설명이 많다. 희곡은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기 때문에 ‘말’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감정 표현을 실감나게 하기 위해 일반 사람들이 쓰는 구어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글을 쓰는 내내 직접 발음해 보며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확인했을 정도다.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글에 대한 욕심만큼은 여느 프로 작가 못지 않다. 특히 지난 학기에는 희곡을 제대로 쓰기 위해 국문과 수업인 ‘문예창작론’까지 들었다. 하지만 수업 과제로 쓴 글을 조금 다듬어 낸 희곡이 수상의 영광을 안겨줄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정씨는 수업 시간에 국문과 학생들과 자신의 희곡에 대해 토론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농, 땅 투기 같은 농촌 문제를 다루지 않고 개인적인 사안에만 집중한 점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학생 때문에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내 글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죠”

그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도 평소 글을 쓰고 싶었던 욕구를 충족해서 뿌듯하단다. 정씨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맞아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자 응모했는데, 처음 써 본 희곡이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정씨. 벌써 그의 두 번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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