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 더 나아가 자신의 애완동물에게만 쏟던 애정을 버려진 동물들에게도 주고 싶다. ‘이화 애완동물동호회’ 회장 이수경(국문·2)씨 얘기다. 앵무새·요크셔테리어·거북이가 북적거리는 그의 집에서 만남을 가졌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멍멍’하는 소리와 함께 요크셔테리어 두 마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거실에 들어서자 초록색 깃털로 뒤덮인 앵무새 두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반긴다. 동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자 이씨의 가족소개가 시작됐다. “수컷 요크셔는 ‘아론’, 암놈은 ‘멜로디’에요. 큰 앵무새는 ‘수박’이고요. 작은 앵무새는 ‘리키’에요. ‘수박’이는 말을 잘하고, ‘리키’는 목소리가 예뻐요”

그는 5월20일(토) ‘이화 애완동물동호회’를 만들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데 학교에 애완동물 동호회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얘기를 나누며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죠” 62명의 회원들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ewhapets)와 주 1회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동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동물자유연대’와 자매결연해 회원들과 함께 유기동물 20여 마리를 돌봐주는 봉사활동도 한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유기견들을 씻겨주고, 병원에도 데려가면서 진정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돼요”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고슴도치과인 기니피그를 기르면서 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강아지·햄스터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고슴도칟뱀 등 남들이 꺼리는 동물들도 길러봤다. 부모님은 거리에서 파는 동물마다 사오고 종일 동물 옆에 붙어 있는 그를 걱정했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은 계속됐다. “부모님이 아파트에 살면서 강아지 키우는 거 절대 안 된다고 하셨을 때, 단식투쟁까지 했어요”

동물을 사이에 둔 부모님과의 갈등은 뱀을 키웠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뱀을 싫어하는 어머니는 계속 키우겠다는 그의 고집에 ‘방에서 절대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뱀 먹이’가 문제였다. 뱀 먹이는 죽은 생쥐새끼. 이씨가 생쥐들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을 안 어머니는 기겁했다. 결국 그는 뱀을 타인에게 분양했다. “뱀을 정말 좋아했었어요. 지금도 오래 못 키운 게 아쉬워요”

이수경씨는 자신의 동물 사랑을 ‘본능’이라고 표현한다. “동물 좋아하는 거요?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보고 있으면 끌리고, 같이 지내고 싶어요” 이런 본능은 4∼5세 때부터 드러났다. 남이 보면 질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동물 그림만 그렸고 동물 흉내 내기 놀이를 즐겨했다. “말 흉내 내는 걸 좋아해서 말 뛰는 모습도 따라 하고,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그랬어요. 어찌나 열심히 따라했는지 지금은 제 장기가 돼버렸죠”

요크셔테리어·앵무새·거북이에 둘러싸여 사는 그는 ‘동물의 왕국’의 조련사 같다. 동물을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3∼4시간마다 새 먹이를 챙겨주는 자신을 보면 삶의 주객이 전도된 것 같기도 하다고. “오랫동안 동물을 키우다 보면 모성애를 느끼기도 하고 동물이 삶의 위안을 주는 친구처럼 느껴져요. 때론 동물이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는걸요”

앞으로 그는 고등학생때부터 운영해온 인터넷 카페 ‘거북이 마을’과 ‘앵무 세상’ 그리고 ‘이화 애완동물동호회’ 활동을 통해 동물 지식을 전문적으로 쌓고, 동물을 위한 봉사활동도 계속할 예정이다. “동물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이 제 목표에요” 동물과 함께 하는 삶. 그의 ‘동물 농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