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목) 오후6시반 78기 예비 수습기자 면접 시험이 있었다. 2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수습책상에 빙 둘러앉아 있는 것을 보니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어땠더라…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무료한 학교 생활,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지원했던 76기 수습기자.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나는 학보사에 합격했고 숨가쁜 수습기자 시절을 보냈다. 나의 첫 기사는 하버드 에커트 박사의 국제학부 특강 프리뷰 기사였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금요일 오전 차장 언니와 함께 국제학부에 가 인터뷰를 했었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말을 제대로 하긴 했었나 싶다. 변태를 만나진 않았지만 변태 관련 기사를 썼고, 총학생회장단 선거기간엔 이틀을 꼬박 새기도 했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이젠 동기들에 의해 희화화돼 웃기게 기억되는 그리운 나의 수습시절.

 수습시절 내가 생각한 정기자의 상징은 ‘명함’과 ‘개인 책상’이었다. 각자 명함과 책상을 갖고 있는 언니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수습 딱지를 뗌과 동시에 나에게 주어진 명함과 책상. 너무너무 좋아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명함을 정말이지 ‘뿌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학보사 내에서 나의 애장품목 1위인 내 책상은 가장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명함과 책상이 주어졌다고 정기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기자의 첫 번째 자격은 부장·차장 언니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톡톡 튀는 기획거리를 제안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자격은 남다른 열정으로 취재에 임해야 하고 기사도 제대로 뱉어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조건은 정기자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빠른 마감이랄까. 나는 몇 점 정도의 정기자였는지 학보사 성원들에게 물어봐야겠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밀!  

동기 주모양에 의하면 나는 ‘못다한 이야기’를 쓸 때마다 뭔가를 자꾸 고백한단다. 이번에도 고백을 해야겠다. 차장·부장 언니들과의 관계가 과연 돈독했는가. 사실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누군가와 친해지고 말을 잘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정기자 초반엔 누구나 그렇듯 처음엔 부장·차장 언니들이 어려웠다. 언니들한테서 문자가 올 때면 쓸데없이 긴장해 자세를 바로잡고서야 문자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함께하는 제작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편해져 농담도 주고 받는 경지에 올랐다. 조금 더 복닥거리면 하산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부장인 가진언니는 곧 퇴임이고 차장 정은 언니와도 곧 생이별이다. 아쉽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의 인간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우리 동기들. 지난 못다한 이야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조합은 ‘Ultra Unbalanced’다. Unbalanced라고 해서 삐걱거리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여느 친구들처럼 화기애애하기만 한 사이도 아니다. 복잡미묘한 우리들의 관계, 하지만 지금(!) 동기들 없이는 못 살것 같다. 김혜윤, 김혜인, 박지현, 박초롱, 박혜진, 주은진. 별뜻은 없고 마지막인데 한 번 이름을 다 적어보고 싶었을 뿐.

 아직도 학보사에서 지내야 할 시간은 1년이나 남았지만, 못다한 이야기는 정말 마지막이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쓰고 싶은데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다. 사실 이제까지 너무 많은 얘기를 해왔다. 앨범 내는 가수마냥 구구절절 ‘Thanks to’라도 쓰고 싶지만 그럼 너무 우스워질 것 같아서 그건 그만두고 간단하게 한 마디만 하고 끝내야 겠다. 못다한 이야기야, 이젠 안녕~ 공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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