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모니다” 한 일본인이 서툰 한국말에 이어 ‘짠짜라’를 부르기 시작한다. 참가 번호 1번 가키자키 아야의 무대다. 26일(금) 학생문화관 앞 광장에서 제 4회 외국인 문화축제가 열렸다. 본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축제는 외국인 한국가요·가곡제, 동아리 발표회 등 다양한 무대로 꾸며졌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가요제. 10팀의 참가자가 각기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자 지나가는 이화인이 하나 둘씩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했다. “널 원하고 있어” 약간 어설픈 이효리의 ‘Get Ya’가 스피커를 타고 나온다. 가수는 러시아·중국·홍콩·일본 혼성 팀. 연습하는 동안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음악의 힘은 언어의 벽도 허물었다고. 이들은 노래가 끝나자 “사랑하는 이화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만점을 받은 참가자도 있다. 보아를 완벽하게 재현해 눈길을 끈 정정이 그 주인공.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허리는 보아도 부럽지 않았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는 동방신기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남녀 듀엣도 있었다. 이들이 부른 곡은 ‘I Love U Oh! Thank U’. 재일교포 정여진씨와 일본인 다카이 히로키씨의 무대, 한국말은 물론 노래도 수준급이었다. 다카이씨는 무대에서 내려와 “조금 틀렸다”고 아쉬워 하기도 했지만 노래방에 가서 한국 노래를 불렀던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단다.
대상은 ‘화장을 고치고’를 부른 미국의 파인만 레베카씨에게 돌아갔다. 그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나게 하는 이 노래는 당시 가장 인기가 좋던 노래라고.
가요제 외 태권도 시범·합창·댄스 등 동아리 발표도 있었다. 하얀 도복을 입고 격파·발차기·겨루기 등을 보여주는가 하면, 드라마 처럼 상황을 꾸며 여성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기술을 시범보이기도 했다. 학내 외국인이 모두 모인 것 같은 이날 행사는 뜨거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는 신해인(행정·3)씨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이렇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있어 좋았다”며 “그들에게도 큰 추억이 되겠지만, 보는 우리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흡족해 했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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