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우릴 왜 뽑았는지 모르겠어요”

본교 장애학생이 16일(화) 본사 기자의 취재 중 토로한 솔직한 자신의 심정이다. 그들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입학 후 그들의 생활은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그들에게는 강의실에 도착해 수업을 듣는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2005년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갗에서 대규모부문 우수학교에 선정된 본교의 현실이다. ‘우수하다’는 평가는 장애인의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한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상대적 평가를 받은 것뿐이다. 진정으로 장애학생들이 자신들의 교육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이화의 장애인 복지시설은 열악하다. 2004년 5월, 본사가 지적했던 장애인 주차장문제는 2006년 5월 현재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교내의 점자보도블록은 확충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이 활동하기에는 부족하다. 게다가 근래에는 ESCC(Ewha- Samsung Campus Center) 공사 때문에 학교 곳곳이 자갈과 흙더미로 덮여있어 휠체어 이동과 장애학생들의 이동이 더욱 불편해진 상태다.

장애학생 수업 도우미, 복지시설확충 등 표면적으로 장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확충됐지만 실질적으로 장애학생들은 얼마나 학교생활이 나아졌다고 느끼고 있을까.

장애 학생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시설 문제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학생 대부분이 장애학생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장애학생은 비장애인 학생들이 싫어할까봐 동아리 가입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시설확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같이 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따뜻한 시선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애학생들도 정식 과정을 밟아 입학한 이화여대 학생이다. 우리는 작은 불편 사항도 참지 못해 개선해 줄 것을 학교에 요구하면서, 장애학생이 기본적인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매번 비슷한 시기에, 혹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지적하고 문제제기가 잇따르지만 쳇바퀴를 도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측은 모든 문제제기의 해답을 ‘ESCC 공사 완료 후’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공사 도중 더 큰 불편함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현재 장애학생들도 배려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장애학생을 위한 복지시설을 확충하기에는 올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할 것이 아니라 다음해에는 ‘제발’ 풍성한 예산편성을 기대해본다.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비장애학생들의 꾸준한 노력도 필요하다. 혹시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만 집착하고 주변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