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8일(월)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 여성의 합계 출산율이 1.0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각종 매체에서는 이같은 수치가 세계 최저임을 강조하면서 관련 보도를 내놓고 있다.

1.08명이라는 숫자의 심각성이 실감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는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매우 크다. 현재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급속한 고령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17년에는 노동인구가 줄어 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아지는 연금적자가 생긴다. 이로인해 국가 재정이 부실해지면 국가 경쟁력도 약화되고 만다. 안정된 사회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감소의 지속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사람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는 고용 불안이나 높은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과 관련있다. 이 때문에 보육료 지원·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의 대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보육시설과 육아휴직에 적극적인 기업에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하는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이나 교육기관에서도 충분하게 지원되지 못하는 출산혜택이 갑작스러운 정책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성인재의 산실인 본교의 경우도 기혼여성에 대한 혜택이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전임교원수 859명 중 439명(55.1%)이 여성이다. 직원도 여성비율이 66.5%를 넘는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혜택은 법적으로 제시된 출산휴가 3개월, 6·7세 자녀에게 연 10회 5만원씩 지급되는 보조금이 전부다. 학교에 모유수유실이나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전문 공간도 없어 어린 자녀를 가진 교직원들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여성비율이 많은 본교의 상황도 이러한데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출산율 저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프랑스 역시 저조한 출산율 때문에 국가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때문에 20세기 초부터 낮은 수치를 보이던 프랑스의 출산율은 95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현재는 1.95명에 달한다. 이 나라 출산장려책의 성공은 월 10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는 많은 국립탁아소와 출산 후 복직이 보장되는 등 ‘일하는 여성을 배려한’정책에서 비롯됐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것 보다 낳은 후에 걱정이 없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는 여성이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 주역이라며 그들의 경제활동을 권유하고 있다. 반면 아이를 낳지 않으면 고령화 사회가 되어 경제적 문제가 커진다고 경고한다. 여성들에게 일과 육아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는 출산하는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고학력 여성들이 사회적 성장을 위해 출산을 미루게 되면,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은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사설탁아소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제대로 양육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아이 낳기를 두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가격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여성들의 소득을 보장해 주거나 탁아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등 아이를 낳고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