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고르는 것부터 쇼윈도를 수놓는 화려한 디스플레이까지. 이 모든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 머천다이저(Merchandiser), 즉 MD들이다. 11일(목) 오후7시 청담동에서 페라가모MD 김유연(섬예·03년졸)씨와 미래의 MD를 꿈꾸는 후배들 오윤경(의직·4)·김경미(의직·4)씨가 만났다. 그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새로운 전문직 MD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경미(경): 수입패션브랜드의 머천다이저(MD)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싶어요
김유연(김): MD가 하는 일은 굉장히 다양해요. 저희 회사가 수입 브랜드인만큼 거기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드릴게요. MD는 우선 자신이 일하고 있는 브랜드와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해요. 그와 관련된 각종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본사에 가서 물건을 구입합니다. 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인데요, 계절별로 컬렉션이 열릴 때마다 출장을 나가 ‘우리나라에서 잘 팔릴만한 것’을 사오는 거죠. 거기서 끝이 아니라 물건을 선적받아 매장 특성에 맞게 출고하는 것까지 모두 MD가 하는 일이에요. 어떻게하면 물건이 잘 팔릴 수 있는지 항상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죠. 심지어 세일기간에는 일손이 부족한 매장에 투입돼 직접 판매를 하기도 한다니까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MD를 ‘뭐든지 다하는 사람’의 약자라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오윤경(오): 생각보다 해야할 일이 많네요. 그렇다면 MD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 MD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을 꼽자면 영어실력과 수에 대한 개념, 그리고 미적감각이에요. 수입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다면 영어실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해요. 또 매출 자료와 판매 추이 등이 모두 숫자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수에 대한 관념이 부족하면 안되겠죠. 뿐만 아니라 꼼꼼함·끈기·협동심 등이 MD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거창한가요. 제가 3년동안 일을 해보니 실제로 MD 업무의 대부분은 팀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협동심과 희생정신이 없으면 순탄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일을 즐기는 자세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몸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거든요.


경: 어떤 직업이든 취업 후의 자기관리도 중요한 것 같아요. 선배님은 평소 MD로서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김: 패션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잡지 구독은 언제나 필수죠. 그밖에도 시간 날 때마다 패션전문사이트에 들러 해외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을 즐겨 봐요. 또 겉으로 드러나는 제 모습이 걸어다니는 홍보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꾸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MD에게는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오: 선배님 말씀을 들을수록 MD가 더욱 하고 싶어지네요. MD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김: 솔직히 말하면 MD가 되는 것이 쉽진 않아요. MD지망생들은 많지만 뽑는 인원은 워낙 적거든요. 게다가 안정적이라는 특성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적어서 신입사원이 들어오기가 힘든 편이죠. 딱히 공채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MD일을 하고 싶다면 자주 채용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관련 업체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 것도 도움이 될거에요. 경력자를 원하는 회사도 많거든요. 면접에 임하는 자세도 중요해요. 패션과 관련된 업종이라고 무조건 과감한 옷차림을 하는 것보다 단정하면서도 자신만의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요. 가능하면 취업하려는 브랜드의 소품을 이용해보는 것도 눈에 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겠죠. 그 밖에 회사에 입사해서 업무를 시작하면 엑셀을 다루는 일이 많을테니 미리 엑셀을 공부해오면 돋보일거에요.


경: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 아닌 정말 실질적인 조언이라 앞으로 준비할 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선배님께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영어’인 것 같아요. 외국에 나가는 일이 빈번한 것이 직업의 특징인만큼 영어는 유창할수록 강점이 된답니다. 여러분은 모두 패션 관련 전공생들이지만 비전공생일지라도 어학실력과 미적감각을 키운다면 충분히 MD로 일할 수 있을거에요. 제가 하는 일에 이렇게 관심갖는 분들이 많은 줄 몰랐는데, 여러분을 만나니 제 직업에 더 자부심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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