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다시는 ‘고발’이란 없을 줄 알았다. 지금으로부터 딱 4달 전 역분회의 날, 신나는 문화부 기사를 꿈꾸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나였다. 그러나 이게 왠걸. 쉬운 일이란 없었다. 마냥 신날 줄만 알았던 문화부는 내게 디지털미디어학부 소개라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말이 소개지 만날 사람은 왜 그리도 많고 어려운 건지. 그래도 마음 속에 위로 하나를 떠올리며 견딜 수 있었다.‘고발 기사 아니면 됐지’  

‘고발’. 단어부터 치가 떨리지 않는가. 어찌보면 기자가 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 고발일텐데. 매주 ‘김혜인 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떡하니 내놓는 사람의 자세가 이 모양인걸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다 이유가 있는 법. 어린 기자가 뭘 아냐고 엄포를 놓는 취재원, 대놓고 무시하거나 대답조차 하지 않는 취재원, 기자에게 버럭 화를 내는 취재원 등등. 특히 한 취재원에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취재한다고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난 이후, 고발 기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나였다.

 이제와서 밝히지만 나의 엄살로 인해 주변 기자들이 고생 좀 했다. 월요일 편집회의 시간, 조금이라도 편한 기사를 맡으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졌다. 나는 그때마다 “고발 기사 진짜 많이 썼다∼”며 울듯한 표정을 지어 위기를 모면했다. 이 자리를 빌어 내 말도 안되는 연기를 알고도 속아준 착한 동기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그렇게 나는 고발과 빠이빠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문화부 정기자의 봄은 고발 기사와 함께 끝나가고 있다. 유난히 힘들게 느껴졌던 2주의 예체능계 학생들의 인풋&아웃풋 취재 기간이었다. 1주는 취재를 시작하기가 싫어서 끙끙대고, 또 1주는 취재가 풀리지 않아서 몸이 고단했다. ‘도대체 이 기사 왜 쓸려고 하시죠?’라며 톡 쏘아대는 취재원들은 생소하기만 했다. 세상에 콩쿨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머리털 나고 처음 알았고, 온갖 수치들 앞에서 좌절 또 좌절했다.

 사실, 이번 정기자의 고발 기사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몰아치기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나 너무 솔직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마냥 두려워 하던 겁쟁이 수습이 아닌, 까칠한 취재원 앞에서도 담담할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생겼다. 이 여유는 사안을 좀 더 깊이 파고들고 까칠한 그분들께도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새벽 4시 초고를 제출한 이 기쁜 마음을 포효하며 풀어보리라. ‘나 또 고발 한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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