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예술의 현재를 진단하다
이화 예술의 현재를 진단하다
  • 김혜인 기자
  • 승인 20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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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은 전국 2~3위 수준, 예능대회 수상은 3년째 감감 무소식

중앙 음악 콩쿨, 동아 무용 콩쿨, 대한민국 미술대전. 이 세 대회는 음악·무용·미술 분야에서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왔다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이들 대회에서 본교 출신 학생들의 이름을 찾기 힘들다. 입상 여부만으로 실력을 판단할 순 없지만 중요한 수치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본교 예술계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본교 음악대학(음대)(1925년 설립)·조형예술대학(조형대)(1945년 설립)·무용과(1963년 설립)는 국내 최초로 예체능 분야 대학 교육의 물꼬를 텄다. 그 역사와 가치에 걸맞게 본교의 음대, 조형대, 무용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실력도 현저히 높다. 최범철 서울예고 교사는 “무용과를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이화여대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며 미술은 서울대, 음악 분야는 서울대·연세대 다음으로 꼽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각종 콩쿨의 최근 3년간 수상자 목록을 살펴보면 본교 학생들을 찾기 힘들다. 중앙 음악 콩쿨의 경우 2004∼2006년 1,2,3등 수상자 가운데 본교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대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22명·서울대 13명·한양대 4명 등이 수상을 차지했다. 동아 무용 콩쿨 역시 지난 2년간의 수상자 명단을 보면 한예종 8명·세종대 4명·등인데 비해 본교는 1명밖에 상을 타지 못했다.

이처럼 높은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본교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우선 실기 수업보다 이론 위주의 수업이 더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작곡과 학생의 경우 전공 60학점 중 전공 기초 24학점은 특수악기·건반화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론 중심의 수업이다. 이에 김은영 음대 학생회장은 “개설되어 있는 전공 과목 수가 적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또 무용과는 전공 60학점 중 실기 수업이 36학점이고, 조형대는 1996년 학부제가 되면서부터 더 이상 실기 수업은 필수과목이 아니다.

본교와는 달리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휩쓸고 있는 한예종·서울대는 실기 위주의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예종 피아노과의 경우 8개 전공필수 과목인 ‘피아노전공실기’·‘건반화성’·‘반주’ 등의 실기 수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두 학교 역시 일부 이론 수업을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이론적 측면을 보완하고 있다. 이에 본교 채문경 음대 교학부장은 “실기·이론 모두를 병행하는 본교 교육 방침과 타대의 실기 위주 교육은 방식상의 차이이기 때문에 우위를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기와 이론을 병행하는 수업의 배경으로는 학부제 중심의 본교 교육 방침이 큰 역할을 했다. 이전의 학과 중심 교육은 1996년부터 다른 학문과의 통합과 부·복수전공이 용이한 학부제로 바뀌었다. 이는 예체능계 학생들도 인문·사회 등 교양 과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용길 조형대 학장은 “특히 예술계 학생들은 실기와 교양 공부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교 예체능계 학생들은 부·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 김지희 조형대 부회장은 “실기 수업에만 몰두하는 학생들보다 미술사학 등 부·복수전공에 눈길을 돌리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회 출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고등학교 시절과 달라진 점도 수상율 저하의 한 요인이다. 서울예고·선화예고 등 일부 예술고 학생들은 일반부와 함께 겨루는 중앙 음악 콩쿨·동아 무용 콩쿨 등에서 매년 순위권을 유지한다. 이처럼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입시를 위해 각종 콩쿨·대회를 꾸준히 나갔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어진다. 이에 최범철 서울예고 교사는 콩쿨 출전이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회 출전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 적극적이지 않은 탓도 있다. 실제로 학교 측은 학생들의 대회 참가에 대한 특별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채문경 음대 교학부장은 “콩쿨은 학생 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인 만큼 자율적인 의사에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대회 출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대회 성적만으로 예술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오용길 조형대 학장은 일부 대회의 경우 심사기준·결과에 대한 공정성 문제로 인해 퇴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회 성적이 예술 분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