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건너뛰어 온 궁중 악사들이 이화에서 성대한 국악 한마당을 펼쳤다.

한국음악과 새내기들의 ‘신입생 연주회’가 3일(수) 오후7시 음대 국악연주홀에서 열렸다. 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이들은 연주 내내 당당히 기량을 뽐냈다.

하얀 병풍 아래 돗자리가 깔려 사랑방을 연상시키는 연주홀에서, 사회자 하상지(한국음악·1)씨의 “고등학교 때와 달리 스스로 준비해 더욱 큰 의미가 있는 연주회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막이 올랐다.

전통의상인 홍주의와 복두를 곱게 차려 입은 06학번들이 관악합주로 연주한 첫 곡은 ‘함녕지곡’. 아쟁·해금·대금·피리 등 익숙하진 않아도 친숙한 한국의 소리들이 한데 어울렸다. 아쟁의 묵직한 저음 위에 덧입혀진 해금 소리는 끊어질 듯 하다가도 힘있게 이어진다. 여러 장단을 넘나드는 리듬감 있는 연주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각각의 악기에 집중해 하나의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새내기들의 표정 역시 진지했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합주 외에도 독주·중주 등 다양한 형태의 연주가 마련됐다. 특히 뜨거운 박수를 받은 것은 김나래(한국음악·1)씨가 연주한 김영재의 해금 창작곡 ‘비’였다. 활로 그을 때마다 가냘프게 흘러나오는 해금 소리는 한 맺힌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 같다. 현을 쥔 자그만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 해금도 울었다. 나지막이 모아졌다가 널찍이 퍼지는 선율에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학생들 13명이 연주한 가야금·거문고 합주 ‘마주보기’도 눈길을 끌었다. 이 곡은 진규영씨가 작곡한 현악 합주곡이다. 먼저 잔잔한 거문고가 먼저 말을 건네자 맑은 가야금 소리가 이에 화답한다. 몽롱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홀을 감싸는 가운데 농현(줄을 눌러 음이 떨리게 하는 기법)의 여운이 허공을 구른다.

한편, 박희원(한국음악·1)씨가 풀어낸 판소리 가락은 관객들의 흥을 돋궜다. 춘향모 월매와 거지 꼴의 이몽룡 어사가 상봉하는 장면이 무대에서 생생하게 재현됐다. “뉘시오” “허어, 장모 망령이로세. 나를 몰라, 나를 몰라” 한 입에서 나오는 그들의 대화가 맛깔스럽다. 진짜 거지 사위를 본 마냥 주저앉아 꺽꺽 울어대는 솜씨는 갓 스무살을 넘긴 새내기의 것으로 보기 힘들 정도. 덜 영근 앳된 목소리로 걸쭉한 소리를 뽑으니 독특한 맛이 난다. 부채를 어깨에 대고 들썩이자, 이를 보는 관객들도 덩달아 들썩였다.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대금 소리는 숲 속을 휘감는 바람을 닮았고, ‘쿵, 차르르르’ 장구는 한밤중의 베틀소리를 닮았다. 훗날 비상할 새내기들의 열정은 이 자연의 소리에 순수함을 더했다.

한국음악과는 10일(수) 오후7시에 3학년들의 춘계국악연주회를, 17일(수) 오후7시에 창작국악연주회를 같은 장소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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