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덕스토리 정성산 감독과의 만남

“김정일 장군님 욕했어, 안했어, 날래 답하라우”
“이거이 총살감이구만”
4월24일(월) 이화­포스코관 465호.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이‘원조 북한말’로 드러날 때 마다 학생들은 ‘이럴수갗하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요덕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이 남자, 탈북자 감독으로 유명한 뮤지컬‘요덕스토리’의 정성산 감독이다.

남한에서 생활한 지 7년째 되던 2002년, 그는 자살을 시도했다. 북에 계신 아버지가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국가 보위부원에게 맞아 공개처형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괴로웠던 그는 당시 하고 있던 일을 모두 접고 산으로 들어갔다. 밤낮 없이 술만 퍼마셨다. 죽을 작정으로 손목도 그어봤다. 그러다 복수를 결심한 그는 김정일 정권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표적으로 정치범 수용소를 택했다. 자신을 북에서 남으로 탈출하게 했던 곳,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그 곳을 없애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 평양에서 연극영화 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에서 국립 영화대학을 나온 후, 우리나라에서 동국대 연극영화과까지 졸업한 그였다. 영화 전문가가 김정일과 ‘맞장’ 뜨기 위해서는 문화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요덕스토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평양에서 노동당 간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그러나 남한 방송을 청취하던 것이 적발돼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상황은 달라졌다. 집안은 쑥대밭이 됐고, 그는 연일 고문을 받으며 인간 이하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겼다. 그들을 호송하던 차량이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수갑은 풀려 있었다. 어디 하나 다친 곳도 없었다. ‘도망쳐야 한다’ 그는 탈북을 시도했다. 3년 후 한국 땅을 밟고서야 천사도 악마로 만든다는 탈북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북한은 인권의 사각지대다. 남한 방송을 듣다가 잡혀온 사람을 앉혀놓고 장군님을 욕했느냐고 묻는다. 안했다고 하면 “요즘 쌀도 없어서 못먹는 판국에 욕 안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되묻는다. 이럴 때 분위기에 유도돼 “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가는 목숨도 부지하기 어렵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자고 하는 말인 ‘조사하면 다 나오는’것이 여기서는 실제상황이다.

한국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이 공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한국에 알려진 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성산 감독은 요덕스토리가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본 사람은 죽어도 북한을 잊지 못하게,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적이다.

강연을 들었던 김신연(인문·1)씨는 “집안이 이북출신이라 평소 탈북자나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현실감있는 이야기를 듣게돼 좋았다”고 말했다. 또 최윤경(영문·4)씨는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태는 남이 아닌 우리의 문제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 이 시간,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그들을 보면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정성산 감독. 그는 지금 ‘요덕스토리’를 통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고 북한의 비인권적 실태를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뜨겁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