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뒤 기회, 기회 뒤 위기.’

이 말은 야구에서 내려오는 정설 중 하나다. 야구 경기 도중 자신의 팀에게 온 위기를 잘 넘기면 다음 공격 때 득점 찬스가 찾아오고, 자신의 팀에 온 득점 찬스를 놓치면 상대팀에게는 기회가 와서 위기를 겪게 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야구는 흐름의 경기이며, 흐름 중에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요즘 야구에 흠뻑 빠져있는 탓일까? 요즘은 무엇을 하든 야구와 연관 짓곤 한다. 특히 나의 학보사 생활은 정확히 ‘위기 뒤 기회이고 기회 뒤 위기’인 듯 하다.

사진 취재는 보통 월요일에 일괄적으로 역분을 받고, 주중에 가끔 ‘급’취재가 생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바로 이 ‘역분’과정에서 야구의 정설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 주에 취재량이 다른 때 보다 적거나 취재가 간단해 여유를 가지면 여지없이 위기가 찾아 온다. 취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추가 취재가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때 보다 취재량이 많거나 까다로운 취재로 위기상황을 맞게 되는 주도 있다. 하지만 그 위기를 잘 넘기면 신기하게도 찬스가 찾아온다. 의외로 취재도 잘 되고, 밤 새지 않고 마감을 끝내는 보너스를 얻기도 한다.

지난 주 ‘교생실습’사진 기획 때 유난히 아침 취재가 많아 월요일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침취재가 있는 날에는 오후에 취재가 없어 시간이 넉넉했다. 그 덕에 야구 중계도 여유롭게 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쉴 수 있었다. 반대로 이번 주에는 사진면 기획도 없었고, 역분된 취재의 수도 다른 때보다 적었다. 게다가 탑사진도 화요일에 취재한 것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감 날인 오늘, 탑사진으로 가려던 사진이 다음 호에 나가게 되었고, 오늘 안으로 당장 탑사진을 찍어야 했다. 무거운 맘으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학보사 문을 나섰다. 취재를 하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눈 앞이 깜깜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주는 금요일이 공휴일이어서 마감을 일찍 해야 했기 때문에 탑사진을 찍을 시간은 목요일인 오늘 밖에 없었다. 나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하면서 생활관을 나섰고, 다행히 졸업 사진 찍는 학생들과 대동제에서 사용할 영산줄 꼬는 모습을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다.

좌충우돌 정신없이 달려온 학보사 생활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앞으로 딱 1년 만큼의 ‘학보사 라이프’가 더 남았다. 이제 절반 정도 달려왔으니 ‘열심히 한 번 해보자’라는 초심을 다잡으며 앞으로 올 숱한 위기와, 위기 뒤에 올 찬스를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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