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4월, 향긋한 봄을 느끼며 엄마와 쇼핑을 하는 중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다.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4통이나 와 있었고, 이를 확인하는 순간 또 다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이번 고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서운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나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입으면 어떡하냐며 쏘아댔다. 뿐만아니라 해명 기사까지 요구했다.

  분명히 문제점을 지적하며 논리를 세워 쓴 기사였다. 기자로서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과 억측이 들어간 주장을 들어야 하는 것은 학생인 나에겐 쉬운일이 아니다. 그것도 봄날 쇼핑 도중 옆사람을 백화점에 마냥 세워 둔 채로.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기자는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기자의 화법은 '유연'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갈등사안을 다루며 키워온 기자정신이다. 어떤 의견과 항변에도 빠르고 논리적이지만, 부드럽게 답해야 중심을 지킬수 있다. 흥분하는 순간 논리를 잃어 감정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화로 언성 높이는 사람들을 대하면 나도 인간인지라 화는 나지만 인내하는 훈련을 할 뿐이다.)

  이것이 기자의 화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다분히 주관적인 명제일지라도 이것은 짧은 기자 생활을 통해 얻은 지혜다. 그 날 길거리에서 '조용조용' 해명을 하느라 무던히 애썼던 것 같다. 충분히 취재해 썼던 기사인 만큼 나도 논리와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이런 노하우가 없었다면 고발 기사 및 모든 항변은 나에게 너무 힘든 과제였을 것 같다. 어쩌면 상대방과 매번 말싸움을 했을지도 모른다. 학생기자, 나에게 많은 걸 배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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