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제 한 말은 기사화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기사에 인용될 수 없습니다.”

어젯밤 나에게 온 메일이다. 그것도 두 통씩이나. 불안해서 한 번 더 보낸다는 말을 했다. 내가 위험해 보였나? 취업률 조사에 대해 취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대화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취재원이 내뱉는 말의 절반은 off the record다. 실컷 얘기해 놓고,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니 기사에는 쓰지 말라고 한다. 책임자의 말이 공식적일 수 없다면 누구 말을 들어야한다는 건지…

며칠 전에는 자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3277­4029, 낯익은 번호에서 까칠한 취재원 중 한명이었던 경력개발센터 과장님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 자료를 주시려나? 잔뜩 기대하며 “여보세요~”하고 받았다. 원장님과 애기해 본 결과, 경력개발센터의 이름으로 이야기가 나가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자료도 줄 수 없단다. 뭐, 별로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 기억으로 그 때 내가 했던 말은 “네”가 전부였던 것 같다. 소심한 항의였다. 끊기전에 나를 걱정하는 말투로 감기가 걸렸냐고 물어왔다. 그쪽이 바이러스보다 더 밉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하고 통화종료 버튼을 꾹 눌렀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피해가 생기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그래도 당시에는 너무 얄밉기만 했다. 여기저기에 미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역시 늘어가겠지. 개의치 않는다. 다만 기사로 쓰여지지 못하는 문장들을 어떻게 버려야하는 것인지, 주어진 시간안에 버려진 말보다 더 좋은 내용을 얘기해 줄 사람을 어떻게 찾아야할지가 문제다. 누군가 기사로 쓰여지는 부분은 취재량의 일부라고 했다. 취재를 많이 하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쇄되는 기사 뒤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메일이 도착할 때마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또 하나 늘어간다. 그러나 그들의 제안이 괴로운 것은, 그 말을 못쓰면 재취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취재원의 off the record를 여유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 나에게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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