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식 사랑법

4월24일(월) 아침, 이대역부터 학교 정문까지의 가로수에는 온통 ‘지선아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한 남학생이 여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벌인 이벤트였다. 장현주(경제·3)씨는 ‘저 여학생은 저걸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학교로 향했다. 또 “저는 그런 이벤트를 보면 주인공이 누군지 몰라도 정말 부럽다고 생각해요”라는 홍은진(사생·2)씨 같은 사람도 있다. 여자친구 한 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애정을 과시하고자 하는 이러한 이벤트는 더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만남부터 적극적이다. 대학생들의 건전한 소개팅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만들었다는 캠퍼스러브(campuslove.co.kr)는 3천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했고 싸이월드 클럽에도 회원수가 1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캠퍼스러브 대표 김영욱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지인을 통한 소개팅에서 마음에 안들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이러한 사이트의 장졈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원들이 ‘지역은 어디,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 등의 조건을 확실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만남 뿐 아니라 자신의 연애 상황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대학생들의 연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젊은 세대라면 하나쯤 운영하고 있는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 이성친구와 찍은 사진을 올리는 폴더를 따로 만드는 등 온라인상에서도 ‘보여주는 사랑’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곽지혜(국문·3)씨도 미니홈피에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만을 올려놓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는 “예쁘게 사귀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고, 나중에 정리해 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해 보고 싶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블로그 이외의 공간에서도 커플임을 드러내는데 스스럼이 없다. 대학생활 문화정보 주간지 ‘대학내일’에는 커플들이 사연과 프로필을 적어 신청하면 기자가 동행하며 데이트 모습을 취재하는‘만원데이트’라는 코너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라 망설여질 법도 한데 매주 평균 10팀 이상의 커플이 꾸준히 신청하는 인기 코너다. 담당자 이재걸 기자는 편차가 있지만 주로 남자친구의 군입대 시기나 방학이 끝날 때 신청이 몰린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의미와 추억거리를 남기려는 목적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만큼 더 전문적이고 지혜롭게 연애를 하려는 노력도 뒤따른다. 최근에는 연애를 돕기 위한 컨설턴트나 데이트 코치 같은 전문 직업이 생겼다.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씨는 “과거에는 연애를‘연애질’이라며 비하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시대가 된 것이 가장 달라진 졈이라고 말한다. 또 연애관계나 심리에 관한 궁금증을 책에서 찾아보는 경향이 많아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가 상담한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 출판한 책 「연애의 정석」(해냄, 2006)은 4월29일(토) 기준으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38위에 올라있다. 남녀간의 심리적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도 많아졌다. 이현주(사학·3)씨는 특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등의 책을 읽고 집에서도 수시로 부모님을 통해 남녀의 대화방식 차이를 관찰해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책에서 시작된 심리학 열풍은 대형 서점에 연애 전략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서적들의 코너가 따로 생겨날 정도로 확산됐다.


최고은(수학·3)씨는 남자친구와의 기념일이 되면 축하를 받기 위해 친구들에게 기념일을 알리는 메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는 요즘 연애나 사랑에 대해 “스스럼없이 마음을 표현하고 이벤트를 하는 등 자신있게 드러내는 학생들이 당당하고 멋지게 보인다”고 말했다.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 이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사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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