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기획정책실장인 박정원 상지대 교수는 지난 3월23(목)∼25일(토)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06 사회포럼에서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후불제란 대학 등록금을 국가가 대납해주고, 학생들은 졸업 후 일정 기간 동안 세금으로 등록금을 갚는 교육 복지 제도다.

이날 박 교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연소득 2천만원이 넘는 직장에 취업하게 된 경우 월 10만원씩을 약 15년간 국가에 납부하면 총 1천800만원 가량을 내게 되는 셈”이라며 “2년제 전문대 졸업자는 취업 후 10년간, 법학ㆍ의학 등 전문대학원 졸업자는 25년간 돈을 내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우리나라 대학가의 실상에 비추어 볼 때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등록금을 100% 환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취직난, 구직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몇십 년간 꾸준히 세금을 낼 수 있는 졸업생들이 얼마나 될까.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지난 2월9일(목) “작년 8월 졸업생과 올해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1302명을 대상으로 취업상황을 조사한 결과 취업률이 61.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취업을 하지 못한 40% 가량의 졸업생들은 등록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편법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과연 국가가 전국의 그 수많은 대학 졸업생들의 조세조사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 중인 호주 역시 등록금 환수율이 85~90% 정도만 되어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 돌려받을 수도 없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복지 정책은 도박이나 다름없다.

졸업과 동시에 빚을 짊어지는 사회초년생들의 중압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호주의 경우 의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호주 달러로 약 10만 달러를 갚아야 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8천만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호주 학생들은 이러한 경제적 부담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불만도 많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한다면 이와 비슷한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등록금 후불제는 국가의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 전문대까지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국가가 지불하기 위해선 연간 11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국채를 발행하여 이자까지 다 갚고, 졸업생들이 국가에 상환을 시작한다 해도 2, 3조원이 요구된다.

국가가 등록금을 대신 지불해주는 ‘등록금 후불제’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도 높다. 국가 기관이 각 대학의 예산과 학생 수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등록금 가격을 책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후불제가 실시되면 사립대학은 학교 재정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국가에 낱낱이 보고해야 한다. 게다가 사립학교는 우리나라의 전체 대학 약 77%나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는 국가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다. 또 기대할 수 있는 혜택보다 위험 부담이 더 크다. 차라리 저금리의 학자금 융자제도를 만드는 등 현실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의 실상에 맞는 제도를 내놓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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