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회 정기공연을 여는 뮤지컬 동아리 ‘앙상블’의 공연 준비 일지

드디어 이화에도 뮤지컬 바람이 불어닥쳤다. 뮤지컬 동아리 ‘앙상블’이 6일(목)∼7일(금) 오후7시, 8일(토) 오후6시 생활관 1층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펼친다.

홍효선(수교·2)씨가 작년 9월 창단한 ‘앙상블’은 현재 배우 13명, 스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세대, 한양대 등 남학생 4명도 배우로 함께 활동 중이다. 이들이 이번에 올리는 공연은 9개 유명 뮤지컬 중 16곡의 노래들을 모은 ‘비밀의 화원’. 예산은 프론티어 장학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사흘이면 끝나는 공연을 위해 이들이 준비해 온 시간은 장장 4개월. 그들의 다사다난했던 공연 전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5.12

창작뮤지컬이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첫 공연에는 무리다. ‘I love you’·‘그리스’ 등등 재밌는 작품들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각색한 ‘뮤지컬 갈라쇼’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겪는 ‘열정·사랑·미랠시련’을 주제로 곡 순서를 배열했다. 공연 제목은? 이화이언에서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속닥이는 장소, ‘비밀의 화원’으로 정했다.

2006.1.5

얼마 전 스텝들 앞에서 본 오디션 결과가 클럽에 올라왔다. 승민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글을 클릭했다. 맡게 된 역할은 ‘언제나 들러리’란 곡에서 부케만 7년째 받고 있는 노처녀, ‘부모의 마음’이란 곡에서 노총각 아들을 둔 엄마. 오디션 때 선보인 코믹한 표정과 과장된 몸짓이 인상 깊었는지 주로 희극적인 배역을 받았다.

우아한 듀엣 곡도 욕심이 났던 터라 아쉬워하는 기미도 있었지만, 승민이 목소리나 이미지에는 역시 지금의 배역들이 딱이다.

남자 주인공도 문제없다.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태환이와 객원배우 중희오빠, 영수오빠, 태종이까지. 남자배우가 넷이나 있으니까.

2006.2.9

▲ 무대기획을 담당하는 조혜민(환디.2)씨가 동선을 빼곡히 적은 공책을 보며 배우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다.
아마추어들만 모여 공연을 준비하려니 힘든 점이 많다. 연기와 노래를 지도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심하던 중에 회장 효선이가 해결사 노릇을 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예전아카데미’의 곽용수 선생님께 ‘SOS’를 친 것이다.

전문 선생님이 와서 연출과 연기를 도와주시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뮤지컬 ‘렌트’에 나오는 ‘아웃투나잇(out tonight)’도 하기로 했다. 평소 우리들 모습과 전혀 일치되지 않는 섹시한 곡이라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단칼에 “이거 꼭 할 거야!”라고 하셨다.

극본도 많이 안정돼 간다. 본격적인 연습,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6.3.28

오늘은 곡이 바뀌는 사이사이에 무대 위 박스를 옮기는 연습을 하는 날이다.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 여기저기 헤매다가 저녁7시 결국 학생문화관 지하 로비에 자리를 잡았다.

수현이가 음악을 틀자, 가만히 포즈를 취하고 있던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대 스텝인 혜민이는 “언니가 왼쪽으로 나갈 때 오빠가 바로 들어와야지”라며 틀린 부분을 지적했다. 박스 위치와 배우들 동선을 꼼꼼히 체크하는 솜씨가 전문 스텝 뺨친다.

 이런, 태종이가 박스를 엉뚱한 곳에 잘못 놨다. 배우들 모두 우왕좌왕하다 결국 웃음바다가 됐다. 박스 세팅은 1분 안에 끝내야 되는데 시간이 자꾸 초과된다. 밤 11시까지 연습을 끝낼 수 있을까? 며칠이 걸리건 완벽할 때까지 해야 한다.

2006.3.30

▲ 비싼 가죽바지 대신 쫄바지를 사는 의상팀의 박초롱(화학.3)씨. 싸고 예쁜 옷을 고르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의상팀인 초롱이는 오전11시 동대문에 도착했다. 단체복은 신평화시장에서 주문을 마쳤는데 주인공들 의상이 문제다. 여주인공이 입을 섹시한 상의가 필요한데 마땅한 옷이 없다.

두산타워로 자리를 옮겼다. 벌써 다섯 번째 쇼핑몰이다. 두리번거리던 초롱이가 눈을 빛냈다. ‘바로 저거야!’ 옆구리에 셔링이 자글자글 잡히고 스팽글이 반짝이는 새빨간 탱크탑. 그런데 그 조그만 옷이 2만원이나 한단다. 비싸다고 지나치려는 순간 점원 언니가 황급히 외쳤다. “싸게 줄게!” 초롱이 입가에 씩 미소가 번진다.

망사스타킹과 바지를 더 사고 쇼핑몰을 나섰다. 토요일쯤 새벽시장에 또 가봐야 할 것 같다. 스텝의 고생을 관객들이 알아주긴 할까 싶어 서운하다가도, 자신이 직접 고른 옷을 입고 멋진 연기를 펼칠 배우들을 상상하면 초롱이는 뿌듯하기만 하다.

2006.4.1

이제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레고 떨리는 한편 걱정도 많이 된다. 공연을 위해 지난 몇 달 이 한 몸을 바쳤는데, 끝나면 꽤 허전할 것 같다. 그 허전함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로 달래고 싶다. 앙상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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