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등록금 높은 이유 알아봤더니...

‘학생은 학교의 주인’

듣기 좋은 소리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는 근거 있는 말이다. 한국 사립학교 재정의 ‘8할’이 학생들의 등록금이기 때문이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등록금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05년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립대학은 2004년 기준, 재정의 75%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 의존율이 80% 이상인 대학도 52.6%나 됐다. 이는 OECD 회원국가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인 21%의 4배다. 이렇듯 높은 등록금 의존율은 대학의 재정 구조·예산 편성·국가보조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립대의 재정은 등록금·법인 전입금·기부금·국고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학교 운영을 위해 돈을 내는 주체는 비단 학생만이 아니다.

법인 전입금이란 사립학교 재단이 학교에 내야 할 최소한의 금액이다. 고등교육법은 재단이 매년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생긴 소득의 80%이상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기준 65%의 대학 재단이 법정 부담 기준액을 지키지 못했고, 전입금이 전혀 없는 대학도 36개나 됐다. 홍은광 민주노동당 등록금 특별위원회 정책국장은 “재단은 학교를 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운영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재단이 채우지 못한 전입금의 빈자리는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아이비리그와 같은 선진 대학의 기부금이 총 운영비의 40%를 차지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사립대의 기부금은 약 9%에 불과하다. 서울예술대 백형찬(교육학 전공) 교수는 “선진대학들의 많은 기부금은 기부금만을 위해 행정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물론, 총장들이 기금 모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여긴 결과”라고 말했다.
사립대학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도 저조한 기부금의 원인이다. 사립대학을 민족적 자산으로 여기는 유럽이나 지역의 재산으로 생각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개인소유’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황인성 선임연구원은 “한국 사회는 아직 기부 문화에 익숙치 않고, 사회적 환원 차원으로 대학에 기부하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며 기부문화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확하지 못한 예산 편성도 학교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지출은 부풀리고 수입은 줄여서 책정하는 사립대학의 예산 편성이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51개 사립대학의 예·결산 분석 결과 1조 252억원이 부정확하게 책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교도 174억이 잘못 편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등록금 인상분인 89억의 2배수다. 본교 서미옥 예산과장은 “174억 중 140억은 이전 해에 다 쓰지 못해 이월된 금액”이라며 “이월금은 건축비와 같은 별도의 목적으로 사용되므로 등록금 책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OECD 회원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고보조금은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한다. 더욱이 BK21·누리사업 등 특정사업 중심의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일부 명문대로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국가로부터 받는 일반 지원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황인성 선임연구원은 “재단의 수입이 부족한 경우, 전입금이나 기부금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와 학생 간 등록금 갈등에 대해 “등록금 인상 문제는 학생과 학교가 대립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생과 학교가 정부를 상대로 교육재정 확보를 요구해야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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