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획부장 이지상

우리는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사과’란 단어가 필요한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실수가 생기고, 그 실수 뒤에는 사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기업일수록, 실수 뒤에 따르는 사과와 책임감 있는 행동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벌어진 사건 뒤에 보여진 책임자들의 행동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롯데월드는 26일(월)부터 31일(토)까지 6일간 놀이공원 ‘완전무료개방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24일(토) 조선일보를 통해 “지난 6일(월) 놀이시설인 ‘아틀란티스’에서 사망 사고를 냈던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짜로 사과하기’를 보는 시민들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대다수가 언짢다는 기색이다. 네티즌들도 이 일이 알려지고 난 후 진지한 사과대신 공짜 놀이동산 개방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민망한 사과 사건의 주인공. 바로 지난 20일(월)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파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다. 그는 온 국민이 사건에 대한 진위여부와 바른 사과를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24일 만에 돌아왔다. 돌아온 그에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진심어린 사과를 바랬던 국민들은, ‘국회의원은 계속할 것이고,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배째라식의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 밖에도 ‘황제골프’, ‘황제테니스’ 등으로 ‘공개사과’라는 단어를 각종 매체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들을 수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사죄를 하는 방식이나 태도는 그 사과를 받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 오지 않는다. 공짜이벤트나 발뺌이 아닌, 본질을 흐리지 않고 마음을 다하는 사과가 필요하다.

캔 블랜차드의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21세기북스, 2004)를 보면 아브라함 링컨도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남북전쟁 당시 스콧 대령이란 사람의 아내가 남편을 찾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사고로 사망했다. 스콧 대령은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위계질서를 어겨가며 국방장관에게 휴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다. 결국 통수권자인 링컨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간곡히 요청한다. 그러나 링컨 대통령은 크게 노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사소한 문제로 대통령에게까지 찾아온 그를 모질게 질책한다.

그러나 그날 밤 링컨은 스콧의 사연을 들은 뒤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깨닫고, 다음날 새벽 대령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직접 부두까지 배웅해 주었다고 한다. 링컨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스콧에게 심하게 대했지만, 잘못을 깨닫자마자 비록 아랫사람이지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용기를 보여 자신의 실수를 극복하였던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미국인들은 링컨 대통령의 실수를 기억하기 보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링컨 대통령의 행동이 ‘실수’라면, 위의 우리나라 사례들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수가 아닌 ‘잘못’에 가깝다. 그러나 링컨이 했던 사과가 ‘공짜사과’와 ‘발뺌하기’보다 더 무겁고 진중해 보인다. 물론 그들에게 실수할 때마다 구구절절 눈물을 흘리는 공개사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본질을 흐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하는 태도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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