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가 ‘구조개혁 시행은 이미 결정된 일이며 취소할 수 없다’고 밝힌 후에도 학내에서는 여전히 반대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동창·총학생회 등에서는 학생들과 일부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이 잘못됐다며 구조개혁을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획처는 계획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아직 세부사항은 완료되지 않아 의견수렴의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21일(화)과 24일(금) 본교 구조개혁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 두 강연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자본주의연구회가 주최한 ‘누가 내 과를 옮겼을까? 구조조정과 대학의 미러 강연에서 상명대 박거용 교수(영어교육학 전공)는 구조개혁을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하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대학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현재 본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문·사회·자연을 통합한 학부대학의 경우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지붕 세가족’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24일(금) ‘이화창립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강연회’에선 예술대학에 초점을 맞춰 예술 분야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강연자로 나선 이어령 명예교수(인문과학대학)는 “요즘은 서양의 전문화·세분화보다는 동양적인 통합을 중시하는 추세”라며 백남준이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통합적인 예술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함께 강연했던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제라드 헴스워드 교수는 비전문가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가 예상하지 못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 오히려 색다르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뜻 매우 다르게 보이는 두 강연은 그러나 구조개혁 자체를 긍정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긍정적인 효과는 더 발전시키고 부정적인 효과는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실 이러한 대학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년 전 전두환 정권 당시 학부중심대학, 순수학문분야 중심대학과 전문분야 중심대학 등의 대학발전유형을 정립했다. 이것이 김영삼 대통령 때 정식으로 대학에 적용됐다. 대학의 다양화·특성화, 학과 통·폐합에 의한 학부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당시 개인의 적성을 고려하고 선택의 폭을 넓힌다며 도입했던 학부제는 오히려 기초학문의 회피를 가져오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했다. 이에 결국 학과제로 되돌아간 대학도 많다.

이러한 정책이 실패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와 대학이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시점에서 무분별하게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은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이젠 구조개혁 자체를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 현실성 없는 논쟁보다 이번 강연의 주제와 같이 생산적이고 다양한 논의를 활발히 이끌어내야 한다. 실질적인 의견을 나누고 더 좋은 방안을 적용해 학생·학교·동창 모두에게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