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대 누드크로키 스터디 현장을 가다

달칵. 조형예술관 A동 601호의 문이 굳게 잠겼다. 하늘하늘한 가운을 걸친 한 여성이 원형 무대 위에 오르자 31명의 학생들의 눈이 그곳으로 쏠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학생들은 스케치북과 연필을 부산히 챙기며 그림 그릴 준비를 마친다.

누드크로키 스터디그룹 학생들은 지난 23일(목) 이번 학기 첫 스터디 모임을 가졌다. 류민정 스터디 그룹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자 주목해주세요. 오늘 모신 모델 분은 경험이 많으신 분이에요. 몸매도 정말 예쁘시죠. 모두들 크로키를 자유롭게 즐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누드모델은 입고 있던 가운을 천천히 벗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순간 교실 안은 침묵으로 가득찼다. 스터디 활동을 처음 시작한 신입생들이 많아서인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모델이 자신의 양팔과 다리를 굽히며 포즈를 취하자 학생들은 연필을 들었다. 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눈과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모델이 자세를 바꾸면 학생들은 일제히 스케치북을 넘긴다. 또 다른 작품 하나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5분에서 3분으로 크로키 시간이 단축됐다.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는 모델의 포즈에 따라 스케치북도 가로 세로 정신없이 움직인다. 갑자기 모델이 몸을 뒤로 젖히자 당황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교실은 잔잔한 클래식 선율과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가득했다.

같은 모델을 그린다고 똑같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조형예술대학 내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모인 만큼 색종이부터 색연필 하나까지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다. 빨강·노랑·파랑 등 색지를 바꿔가며 그리던 김태은(한국화·2)씨는 “흰 종이랑 달리 색지는 종이색에 따라 선의 느낌이 달라보이죠”라고 말했다. 이 외에 4B연필을 고수하는 ‘정통파’, 매직으로 거침없이 내리긋는 ‘개혁파’, 알록달록 크레파스를 이용하는 ‘순수파’도 있다.

크로키 시간이 모두 끝나자 모델은 가운을 입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은 딱딱하게 굳어있던 몸과 표정을 풀었다. 그들은 각자 1시간30분 동안 무려 45장 정도의 작품을 완성했다.

누드크로키 스터디그룹은 앞으로 재료·색깔·그림 그리는 방식 등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한다. 앞으로 그들의 손 끝에서 펼쳐질 ‘아름다운 몸’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