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남짓한 의원실에서 7명의 보좌진 식구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올 2월 본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실 정책비서로 정치 신입시절을 보내고 있는 강지현씨도 그 중 한명이다. 월요일은 정책회의·당정회의나 대정부 질의 준비 등 매일 다른 일정에 내외부 활동까지 강지현씨는 하루도 심심할 틈이 없다. 만나는 사람들도 교수·식품의약청부장·공무원 등 다양해 1달반 새 모아진 명함만 한움큼이다. 틈틈히 정책안도 만들고 법률안을 수정하느라 하루에 읽는 문서의 양도 논문으로 열개 분량은 되니 정치인을 꿈꾸는 강지현씨에겐 ‘안성맞춤’인 일터다.

정치계 새내기 강지현씨의 일터, 국회의원실의 하루를 살짝 들여다보자.

“완전 학교야 학교” 보건복지부의 정책 자료집을 읽고 정리해 담당의원에게 브리핑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교과서를 읽고 리포트를 써서 발표하는 학생같다. TV에서만 보던 국회의원과 직접 마주하고 브리핑하는 기분이란 긴장감 그 자체다. 또 리포트의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학생처럼 그는 각종정책자료집과 국회도서관을 누비며 정책안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정책비서의 매력은 자신이 만든 정책안·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 들어온지 1달 반밖에 안된 초보지만 그는 이미 전국의 ‘물리치료사’에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담당의원이 발의하려 했던 의료치료사법에는 치료사의 대상에 물리치료사가 빠져있었다. 이에 강지현씨는 ‘물리치료사도 의료치료사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타당성이 검증돼 법안에 포함됐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저출산 정책이다.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만들려고요” 그는 여성출산지원이 높은 프랑스의 정책을 본보기로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을 고민 중이다.

정책만들기 삼매경에 빠진 오후에 비해 오전은 들쑥날쑥 생기는 업무로 정신이 없다.
“완전 스팸 우편이야” 스팸메일처럼 종류를 불문하고 날아드는 다양한 신문, 주간지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강지현씨. 보건복지부를 상임위원회로 두고 있는 탓에 의사·치과·약사신문을 비롯, 식품음료 관련 신문 등 의료·보건 등의 분야별로 3∼4개의 신문을 보며 필요한 자료를 스크랩한다. 쌓여있는 신문만 봐도 머리가 어지럽건만 ‘메모광’, ‘활자중독증’인 그의 자기소개서가 말해주듯 그에겐 가장 즐거운 업무다.

이른 아침, 의원실 내 방송이 나온다. “한나라당 정책국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오전10시 대국민 약속이행에 관한 토론회가 있습니다. 많은 참석바랍니다” 게시판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국회 내 토론회일정이 말해주듯 하루에도 몇 번씩 토론회를 알리는 방송이 국회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강지현씨도 담당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준비에 정신이 없다. 발제자·사회자 섭외부터 토론회의 개괄적인 내용·식순은 물론이고 안내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컴퓨터 모니터에 붙어있는 수많은 메모지는 그가 처리해야 할 일들을 보여준다.

“지현씨 토론 식순 메일로 좀 보내줄래요?”“예” 메일을 보내자 마자 “지현씨. 어제 말한 의약품 문서 컴퓨터 파일로 좀 보내줘요” “네” 일이 순서없이 몰아치는 팝업창같다.
하나의 팝업창이 더 뜬다. 각 의원실에 담당의원이 발의할 법률안을 전해주고 공동발의 동의를 얻는 것. 법률안이 국회에 공식적으로 심의되기 위해서는 최소 15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공동발의를 해야 한다. 2층부터 8층까지 층층마다 엘레베이터를 세우며 이방 저방 법률안을 전한다. 이제 제법 익숙해져 누구에게 주어야 동의서가 빨리 나올지 ‘척하면 척’이다. 의원이 발의할 법률안을 만드는 것도 보좌진의 몫이다. 정책비서인 그도 처음에는 법률안 틀도 모르는 초보였지만 이제 하루만에 법률안을 뚝딱 만들어 낸다. 엘레베이터는 그에게 있어 국회로의 첫 출근날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과 단둘이 엘레베이터를 탄 사연부터 ‘레이디 퍼스트’라며 매너를 보여준 박진의원까지, 의원들의 인간적인 면을 엘레베이터에서 느꼈다고 회상한다.

일을 마치고 의원실에 돌아오니 12시, 오전 업무의 끝자락이다.
다가오는 4월 중순, 그는 대정부 질의를 앞두고 밤샘일정에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도 그에겐 국회에서의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는“이 일이 너무 즐거워 기회가 된다면 몇년이든 하고 싶다”며 지금의 기회를 발판삼아 훗날 국회의원, 청와대까지 노려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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