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특정 시험도 정해진 관문도 없는 정치인. 직업으로 생각하자니 그 방법부터 막막하다. 졸업 후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본교 이아영(정외·4)씨는 “정치인이 되는 경로는 너무 광범위해서 준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치인에 관심이 있지만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꿈을 이룬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지난 해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최정원 연구교수가 여성의원 1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원들의 93.3%가 사회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사회단체 활동이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인식과 인맥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최정원 교수는 여성의원의 활발한 단체활동에 대해 ‘사회단체 활동으로 넓힌 인맥은 여성의원이 소수인 상황에서 정치계로 입문하는데 실질적인 힘이 된다’고 분석했다. 사회단체 중에서도 의원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했던 곳은 여성단체. 시민단체와 정당이 그 뒤를 이었다. 여성단체 활동을 했던 정치인으로는 한명숙 국무총리 내정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을 이끌며 가족법·남녀고용평등법·성폭력처벌법 등 여성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다.

각종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공개채용(공채)을 통해 상근활동가로 일할 수 있다. 단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상근활동가를 모집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활동이 정치를 하기 위한 수단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은경 연구원은 “시민단체는 정치인을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며 “정계에 목적을 두고 활동을 한다면 견제와 비판의 역할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 내 부서에 소속돼 일하는 정당 당직자 및 의원 보좌진도 국회로 가는 길 중 하나다. 당직자와 보좌진 역시 서류 심사 및 면접을 통해 공채로 모집하며, 국회 사이트의 의원실 공고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직자는 특정 당에 속해 기획실·정책조정위원회 등의 부서에서 활동하게 되며, 보좌진은 특정 의원의 국정감사 및 정책질의 준비 등을 담당한다. 의원실에는 4급 서기관 대우의 보좌관 2명, 5급 사무관 대우의 비서관 1명, 그리고 6·7·9급 비서 각각 1명씩과 2명의 인턴이 일한다.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이 되는 만큼 그와 같거나 높은 대우를 받는 보좌진은 상위직 공무원으로 분류된다. 과거 보좌진 채용은 인맥을 통한 추천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독일어 능력 우수자·컴퓨터 기능자 등 특정 능력을 요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공채로 선발한다. 단 4·5급 보좌진의 경우, 서류심사와 면접 이외에도 정책시의안과 법안시의안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4급 보좌관을 지원하는 사람은 교수·박사 등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보좌진이 되고자 하는 학생은 인턴과 6·7·9급부터 차근차근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좌진이라는 경력은 국회의원이 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들은 각종 정치 업무를 다루며 정치적 문제에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전문 지식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국회의원의 3분의 1이 전직 보좌진 출신이며, 대표적인 예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다. 유시민 장관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보좌진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외 언론인·교수·판사 등 각계에서 전문가가 된 후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전직 판사 출신인 민주당 추미애 전 국회의원, 본교 교수이면서 전직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비서관을 역임했던 조기숙 교수(국제학 전공)가 그 사례다.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또한 눈여겨볼만 하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지지후보와 정당에 각각 1표씩을 행사하는 1인2표제로 실시됐다. 정당은 집계된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을 할당받는다. 현행 선거법은 비례대표 부분에 30%의 여성 할당을 권고하고 있어 여성정치인을 꿈꾸는 사람에겐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여성의원의 정치참여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의원 23명 중 여성의원은 11명이었다.

물론 정치의 영역이 국회의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이외에도 정치컨설턴트·외교관 등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 그러나 여성 국회의원의 부족은 정책의 반영과정에서 인구의 절반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자, 더이상 그 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관심만 있다면 교수님에게, 또는 직접 의원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이아영씨의 말이다. 정치, 이젠 관심에 ‘결심’을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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