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합니다.
­-물렁거리는 마음을.
작년 5월 이후로 나는 참 많이 깨지고, 참 많이 상처받고, 참 많이 좌절했으며 참 많이 후회했다. 이상하게도 여기서는 마음이 물렁거렸다. 그래서 작은 일 하나도 모두 내 마음 한 구석에 모두 오롯이 새겨졌다.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곧잘 흉터가 남았다.
‘괜찮다, 괜찮다, 진짜야…. 괜찮다구.’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취재에도 ‘역캄라는 것이 있어서, 몹시 힘든 취재 후엔 왠만한 것은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일까. 아마도 이런게 ‘담금질’이겠지. 그래,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반납합니다.
-­멋대로 시소타는 마음을.
나는 평소에도 기분이 극과 극을 오간다. 작은 일에 기뻐하며 하늘을 날다가, 그것보다 더 작은 일에 슬퍼하며 해저 이만리에 처박히기도 한다. 잘 풀리는 기사는 신이 나서 취재하다가도, 자꾸만 벽에 부딪히는 기사에는 나도 모르게 “항복!”을 외치기도 한다.
지지난주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땅을 파고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심지어 모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등록금과 이월적립금에 대해 취재하던 터라, 돈에 관한 것이라면 쳐다도 보기 싫었다. 게다가 지난주는 온몸을 흔드는 격한 기침과 쓰린 목과 답답한 코 때문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조금만 맘편히 쉬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나는 여기가 ‘내 자리’임을 깨닫는다. 가만히 있어도 신경쓸 일이 무수히 생겨나고, 열심히 움직여도 그만큼 티가 안나는 이 곳이.

반납합니다.
­-학보사를 핑계로 도망치는 비겁한 마음을.
언젠가부터 비겁해지는 내 자신을 느꼈다. 학점이 안나와도, 학원을 빠져도,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나는 중얼거렸다. “다, 학보사 때문이야….” 어느 순간부터 학보사는 내게 구실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그러나 동시에 학보사 일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학보사가 힘들어서 내 일을 놓치고, 내 일을 잘 못하니 학보사 일이 더 힘들게되는.
이제는 더 물러설 곳도 없지 않나. 그러니 이제 더 이상은 도망치지 않을 생각이다. 바쁘고 힘들게 살면서도 아쉬운 것 없이 야무지게 사는 똑똑한 ‘박지현 기자’가, 당당한 내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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